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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1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식물의 이미지를 통한 자연의 형성과 소멸 - 김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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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김 선 혜


Kim, Sunhie

 

   

 

 

 

식물의 이미지를 통한

자연의 생성과 소멸

유재길 / 미술평론, 홍익대 교수

 

20세기 추상미술의 등장으로 현대인은 혼란에 빠져 버린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는 추상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무엇이 잘 그린 그림인가라는 평가에 있어서는 이미 포기한 상태이다. 미술평론가 역시 주관적 해석과 평가로 대중들을 설득하기엔 힘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화가들은 여전히 대상의 사실 묘사나 재현보다 추상적 표현으로 내면에 비친 자연과 자아의 참모습을 찾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김선혜의 회화도 추상과 구상이 결합된 내면세계 표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는 식물이미지의 반복적 표현으로 자연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모노크롬 추상 공간에 동일한 형태의 풀잎이 등장하는 시리즈 작품으로 그는 반복 이미지를 통해 마치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봄이 오는 소리> 120 x 16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CACTUS-II> 80.3 x 116.8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무엇보다 그의 모티브는 견고하게 종이로 만들어 화면에 붙여진다. 이러한 근작은 과거 바닷가 풍경이나 선박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구상작업과 달리 릴리프 기법의 반(半)추상 작업이다. 여기에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의 근작 <공간으로부터 시각, 2004> 시리즈은 자연의 ‘생성’에서 시작된다. 먼저 그는 자연 전체를 모티브로 하지 않고 실물의 줄기나 잎 파리 하나를 대상으로 한다. 그가 묘사하고 만들고 붙이고 하는 이미지는 식물전체가 아닌 줄기나 잎의 한 부분이다. 풀잎이라는 작은 단위(unit)를 반복적으로 붙여나가는 그의 화면에는 식물 형상이 사실 그대로 나타나면서 점차 흐려지는 공간 구성이 주목된다. 그리고 식물이미지 속에 세포가 부분 확대되어 나타나는 이중적 화면구성으로 생명체의 생성과정과 소멸이 이루어진다.
<공간으로부터 시각>에서는 무엇보다 ‘보는 것’ 이 중요하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일상에서 ‘본다’와 다르다. 사실 화가들은 사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누구나 보는 동일한 시각으로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내적 시각을 중요시한다.

 


<CACTUS-III> 80.3 x 116.8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김선혜의 시각은 이처럼 내면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물에 생명성과 정신적 가치를 개입시킨다. 즉, 그가 그린 식물이미지와 세포는 정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모노크롬 공간의 반복된 식물이미지를 통해 기존의 정물화와 다른 자연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된다.
이처럼 <공간으로부터 시각> 시리즈는 일상적 시각과 달리 정신적 가치로 ‘본다’라는 시각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조형적 특성으로 언급되는 것은 1)회화적 표현과 2)공간해석이다.
먼저 1)회화적 표현 특성은 반복성이나 콜라주 기법이다. 종이로 오려붙이는 기법으로 콜라주는 식물 이미지가 반복되어 마치 벽지문양처럼 보인다. 그의 그림은 동일한 문양의 패턴으로 디자인 요소가 강하다. 이는 사물의 외형을 그리던 모방에서 벗어난 이미지 반복의 패턴으로 전통적 회화 개념에서 벗어난다. 새로운 이미지, 즉 환영의 재생을 통해 삶의 현실을 그리기도 하고 자연의 생명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형적 실험은 현대회화의 특성으로 새로운 정신적 공간을 탄생시킨다.
이어서 2)새로운 공간 해석은 반복된 식물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다가 점차 사라지는 것을 주목한다. 그의 화면에는 원근법이 없는 텅 빈 공간이거나 아니면 원으로 둘러싸인 상징적 공간이다. 식물이미지는 수평과 수직의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여 나타난다. 이것은 화면 밖으로 연장되기도 하며, 또한 화면 속으로 소멸되기도 한다. 때로 작은 원이나 타원형의 테두리를 만들어 환상적 정원처럼 비현실적 공간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의 조형적 특성으로 언급되는 공간 문제는 이처럼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와 연결되고, 더 나아가 미세한 부분을 드러내는 생명체의 등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결론적으로 김선혜의 근작은 독특한 이미지반복의 회화적 표현과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공간 해석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이다. 콜라주를 통한 회화적 표현에서 작가는 식물세포의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세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풀잎이나 선인장 줄기, 꽃씨들의 세포가 포착된 느낌이다. 아울러 무한 공간에서 식물이 자라고 소멸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자연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VEN-I> 60 x 60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CACTUS-I> 80.3 x 116.8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그의 회화는 아직 미완성으로 조형적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자연을 주제로 생명의 탐구는 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커다란 과제이다. 그는 이제까지 성실한 자세로 이미지 재현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여 왔다. 회화적 표현에서 생명체로서 식물세포를 찾아내는 자신의 독특한 시각만큼 개성적 표현은 미약하나, 많은 시간 화폭에 매달려 생명체 탐구라는 그의 독자적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그의 내면세계를 통한 식물이미지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의 작업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유재길 / 홍익대 교수
- 전시도록에서 전재 -


<VIEW FROM THE SPACE - 2485> 90.9 x 65.1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VEIN-II> 60 x 60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VEIN RED> 53 x 40.9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VEIN BLUE> 53 x 40.9cm Stone-powder, Acrylic on Canvas 2004

주요약력
* 고려대학교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 전공
* 제20, 2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국립현대미술관)
* 제2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금상(서울시립미술관)
* 단원미술대전 특선(2003)
* 제17회 경인미술대전 입선
* 제6회 행주미술대전 입선
* 호흡과 맥박전(갤러리 하임빌 초대전)
* 대한민국현대미술총람 발간 기념전(인사아트프라자)
* 제5회 STEP 17인전(조형갤러리)
* 한국 구상회화의 위상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제12, 13, 14회 고양미술협회전(호수갤러리)
* 제8, 9회 여명회 정기전(서울갤러리)
* 서양화가 64인 초대전(조형갤러리)
* 국제미술교류협회전(김천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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