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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작가

환상과 낭만적인 풍경 - 정의부

이달의 작가

선과 색채로 풀어내는 남도가락의 슬픔과 희망 - 김선두

단단한 본성속의 부드러운현상 - 이영림

식물의 이미지를 통한 자연의 형성과 소멸 - 김선혜

작가에세이

소나무 그림전 - 윤상천

박명희

장영규

나뭇잎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꿈을담아내 - 이경수

2005년 01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단단한 본성속의 부드러운현상 - 이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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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이명림

Lee, Myunglim

단단한 본성 속의 부드러운 현상

고충환 / 미술평론가

정통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조형예술의 핵심은 재현이다. 세계의 닮은꼴을 위한 환영적 환경의 제시 즉 일루전으로 명명하는 것으로서, 그 논리는 나르시스의 신화에 힘입고 있다. (나르시스 신화는 이러한 재현의 논리와 함께 정신 분석학에 연유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에도 연류돼 있다).
예술에 대한 이러한 입장은 근대 이후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장르적 특수성에 천착한 모더니즘미술이다. 이는 미술의 내적 논리에 한정된 태도로서, 미술내부로부터 미술외적인 실재를 암시하거나 상기시키는 모든 계기를 추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아무 것도 재현하지 않는 미술이 모더니즘 미술의 논리이며 조각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로써 모더니즘 조각은 자기의 내적 논리로부터 존재 이유를 찾게 되고 이렇게 찾아낸 내재적 본질이 양감이고 물성이다.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III>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말하자면 양감과 물성은 조각으로 하여금 그것을 조각이게 하는 궁극적인 성질, 고유성, 최소한의 조건으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양감은 특정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조각의 덩어리를, 그리고 물성은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말한다.
이명림의 근작은 적어도 와관상으로는 반(탈)재현적이며, 모더니즘적인 조각의 논리를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외적 실재를 재현하기보다는 사물에 미치는 (작용하는)물리적인 현상을 주요 모티브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니까 스펀지나 매트 그리고 점토판과 같이 그 자체 쿠션의 성질(수축하고 이완하는 성질)이 있는 유기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해서, 여기에 외부로부터 동력이 가해질 때 생겨나는 형태상의 변형과 왜곡 현상을 모티브로 한 일련의 작업들을 내놓고 있다. 일명 현상 시리즈로 명명할 만한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유기적인 소재에서나 볼 수 있는 수축과 이완, 변형과 왜곡 현상을 돌로써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형태에 나타난 현상과 돌의 본성이 어긋나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언밸런스와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실상 이러한 언밸런스는 작가의 근작에서만 나타난 특성으론 보기가 어렵다. 이를테면 상당할 정도로 재현의 논리에 그 맥이 닿아 있는 전작에서부터 이미 언밸런스에 대한 인식이 엿보이며, 따라서 이는 아마도 작가의 작업 저변을 지배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예컨데 이불이나 베개와 같이 그 자체 쿠션의 성질이 있는 유기적인 소재를 돌로써 재현하는가 하면, 혹은 부드럽게 내려앉거나 찌그러진 컵에 나타난 변형된 형태에서 그러한 점이 느껴진다. 그 이면에는 세계를 마치 유기적인 덩어리 (유기체적인 물질)로 인식한 초현실주의와 부드러운 조각에도 그 맥이 닿아 있는데 여기에는 일종의 인식의 전환이라는 발상이 숨어있다. 사물의 고정된 형태에 대한 선입견과 상식을 비켜 가는 것과 같은.
이는 조각에 대한 작가의 관념이 기본적으로는 모더니즘의 논리에 바탕을 두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와는 구별되는 모더니즘이후의 형상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유연함으로써 변화된 조각 개념에도 경도돼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사물 고유의 본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이를 자의적이고 임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작가의 태도는 세계가 그 자체 주어진 대상(소산적 자연)이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매개로 하여 변형될 수 있는 대상(능산적 자연)으로 보는 정통 미학의 관념과도 통하는 것이다.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그 이면에는 세계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를 재편하고 재구성하는 예술의 적극적인 의미와 가능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이를테면 물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돌은 단단하게 고정돼 있고, 나무는 유기적이라는 등의 사물고유의 물성을 배반하는 것은 자연의 원리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의 원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세계를 그 자체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는 처녀지로서 대면하고 경험하게 하는 계기로부터 예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이다. 이로써 이명림의 근작은 부드러운 현상과 단단한 본성이 어떻게 상호 내포적일 수 있는가 라는 유사 물리학적 성찰(그 자체 연금술적 사유에 접맥된)을 제안하고 있다.

작가가 기저로 하고 있는 조각에서의 모티브는 일종의 기념비적인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특히 조각에서의 양감과 재료의 물성을 고스란히 함축한 채로 직립해 있는 좌대에 반영돼 있다. 그 좌대는 그저 조각에 대해 부수적인 여타의 좌대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오히려 그 자체 작업의 일부로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직립해 있는 포지션이 그대로 모더니즘 조각의 기념비적인 특성을 증언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 신전의 폐허 이미지로부터 모티브를 얻어온 전작에서의 일부 암시적인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근작에서의 좌대가 갖는 이러한 기념비적인 성질자체는 사실상 고대 신전에서의 열주(列柱)로부터 온 것이다. 이는 비록 축약된 형태로나마 실제로 배흘림 공법(엔타시스 공법)을 반영하고 있는 좌대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직립해 있는 좌대 위에 얹혀진 비정형의 추상적인 덩어리는 그 자체가 유기적인 식물의 모티브를 양식화한 기둥위의 주두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서, 이명림의 근작에서 메인 작업에 해당하는 직립해 있는 구조물과 그 위에 얹혀진 유기적인 덩어리로 구조화된 작업에 대해서는 이처럼 고대 신전의 열주와 주두 양식을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조각에는 이처럼 모더니티와 고대가 하나의 지층으로 중첩돼 있다. 모더니티는 진작부터 고대 속에 숨어 있었고, 작가는 그 잠재적인 형상을 끄집어내어 현실화한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감수성에 접맥된 심플한 형태와 함께 고유의 기념비적인 성질을 실현한 조각, 그러면서도 아득한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고대 신화의 흔적에 그 맥이 닿아 있는 조각 속에서 근대와 고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그런가하면 이명림의 근작에서의 기념비적인 특성은 미니멀리즘적인, 그리고 부드럽고 유기적인 감수성과 함께 온다. 여기서 미니멀리즘적인 감수성은 세계의 살(肉)을 털어 냄으로써 세계를 최소한의 구조로 환원하려는 욕망으로 나타난다. 거기에는 일말의 금욕주의와 함께 강한 질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부드럽고 유기적인 감수성은 동물의 생리와는 비교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으로서 현상한다. 이는 단순화된 형태와 함께 부드러운 곡면의 변주가 강조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일부의 작업에서 엿 볼 수 있듯이 이는 때때로 실재의 식물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세계, 사물, 대상의 골격을 드러내면서도, 이와 함께 유기체적인 생명의 속성을 간과하지 않음으로써 일견 서로 만나기 어려운 것들을 만나게 하는 것으로부터 응축된 에너지가 우호적인 힘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돌을 소재로 해온 그 동안의 작업을 정리한다는 결산적 의미가 강하다.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작가는 차후 돌이라는 특정의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유리와 같은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작업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 소재와 형식이 무엇이 되었건 고대와 근대, 기념비적인 성질과 유기적인 성질, 부드러운 현상과 단단한 본성 등 이처럼 서로 만나기 어려운 것들을 화해시키는 작가의 감수성과 기량은 그 달라진 소재와 부합하는 또 다른 계기를 찾게 될 것이다.

<본질과 변이(本質과變異)시리즈 VI>

주요약력
쪾개인전 3회 초대(서울, 이태리, 마산)
쪾경남국제조각 심포지엄(경남 2003)
쪾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쪾경남미술대전 특선 4회
쪾중앙미술대전 특선
쪾동아미술대전 입선
쪾경상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쪾경상남도지사 표창(2000)

현재
쪾경상남도미술대전운영위원역임, 창원미술대전운영위원역임,
한국미술협회 창원지부 조각분과위원장 역임,
경남국제조각 SIMPOSIUM 집행위원장역임,
성산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경상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사단법인 한국미술전업미술가협회 경남지회장, 경남조각가협회회원,
경남도립미술관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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