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2005년 01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선과 색채로 풀어내는 남도가락의 슬픔과 희망 - 김선두
|
|
Untitled Document
이달의 작가
부일미술대상 제3회 수상작가
김선두
Kim, Sundoo
2005. 1. 7 ~ 1. 14
부일갤러리
|
|
선과 색채로 풀어내는
남도가락의 슬픔과 희망
김종근 / 미술평론가
한20여 년 전일까? 내가 미술평론을 한다고 하니 사촌 형은 다짜고짜 김선두를 아느냐고 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김선두라는
화가를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난 그를 중요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된장 뚝배기 같은 놈, 심지어 친한 화우들은
‘토종 환쟁이’라고 부르는 김선두. 그의 이름은 이제 한국화단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왜냐하면 그는 40대 작가 중에서
단연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작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는 소리> 120 x 16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
<가을> 120 x 16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김선두는 1958년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평촌리에서 태어났다. 시, 서, 화에 뛰어난 그의 부친은 붓글씨는 물론 화론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것을 부전자전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화가의 길로 인도한 최초의 고마운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형이라고 했다.
형 도한 아버지를 닮아 글씨는 물론 그림재주도 발군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형이 장남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명망있는 화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그 기억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시절 새 교과서를 싼 표지에 세필로 과목명을 쓰고 여백에 힘차게 나는
용을 그려 주면서 부터이다.
“선두야! 너희 선생님이 보시면 우악!하고 놀라 자빠질 것이다. 하하하”라면서 말이다.
백묘법으로 그린 정교한 용의 비늘과 날카로운 뿔과 날고 있는 자태는 어린 그에게 매혹적이었다. 언젠가는 형처럼 멋지게 그려보리라고
다짐을 했고, 그러한 형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갖고 푹 빠져들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
|
<들 노래> 120 x 16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김선두에 의하면 그가 진정 그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갖고 화가의 길을 걷도록 해준 것은 아버지와 형이지만 정작 크게 빚지고
있는 것은 그를 키워준 고향과 자연, 그 시절 궁핍했던 삶과 추억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그의 그림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를 알기 위해 우리가 그를 낳아준 남도의 장흥을 가야 하듯이 그의 작품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198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
80년대 수묵운동이 한국화단을 열병처럼 휩쓸고 지나갈 때 김선두는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일그러진 달>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듬해 제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부문 특선의 영예를 안으면서 그는 한국화단에 혜성처럼
떠오르는 작가로 이름을 등재했다.
미술대전에서 특선한 작품에서 김선두는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모습을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본 파격적인 구도와 과감한
채색의 독특한 화법으로 보여주었다. 유랑극단의 곡예사들은 그가 평소 좋아했던 소재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 |
과 흔적에서 김선두는 도시의 이방인인 자신의 삶을 보았을 것이다. 그는 인물화에서
남도 진경산수로, 다시 잡풀로 자유로운 소재들을 거침없이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김선두는 도시주변의
인물과 남도 진경, 그리고 잡풀들을 균형 있는 구성과 새로운 감각의 형식으로 탁월하게 묘사함으로써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93년 그는 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 선생이 제정한 제12회 석남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작년에는
부산일보사가 주최하고 코리아아트갤러리가 후원하는 ‘부일미술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부일미술대상은 40대 이상의 검증된 중견 작가에게
수여하는 공정하면서, 공신력 있는 전국규모의 상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의 그림은 호방한 필치와 절제된 선의 품격과 격조로 기운생동하다. 단아하면서도 어수룩한 듯한 필선, 거침없이 휘감기는 생략된
필치, 조급하지 않고 비워두는 깊은 사색의 여백 등이 화면을 풍요롭게 감싸고 있다.
<심지연> 60 x 9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
|
그는 고향의 이름 없는 들풀과 남도 풍경들을 전통 회화기법인 장지기법과 장지를
오려 붙이는 꼴라쥬 기법 등으로 화폭 위에 쏟아 놓는다. 그는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새처럼 넘나들며 먹이 필요하면 먹으로, 채색이
필요하면 공작새처럼 풍부하고 운치 있는 색채로 한국화의 영역을 확장시킨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대단히 부지런한 작가이다. 올해만 해도 4번의 개인전과 여러 그룹전을 치러냈다. 아직도 그의 오금동 화실엔 전시를 기다리는
수십여 점의 작품들이 대기 중이다. 지금 그의 붓에는 물이 잔뜩 올라있는 모습을 본다.
최근작들에서 그의 필치와 필력은 절정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휘감기듯 삐치는 붓놀림으로 그린 나무들이 화폭에서 춤추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원색의 장지기법을 바탕으로 한 절은 색 면 위에 먹선이 아닌 여러 가지 색이 배합된 필치를 힘있게 구사하는
실험작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꽃향기> 60 x 9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
이는 기기존의 장지기법에 유화나 과슈화의 재질감이 가지는 느낌을 과감히 도입한 것으로
바탕에 스며든 장지의 색과 절묘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전의 장식적인 색면의 작업보다 훨씬 역동적인 기가 느껴지고 회화적이다.
그는 그림에서 형식만큼 내용을 중시하는 작가이다. 그에게 그림은 관념보다는 현실의 삶과 자연에 근거해 형식과 내용을 잘 조화시키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예술과 오감은 남도의 땀과 한숨이 밴 남도 사람들의 삶과 자연 속에 용해되어 있다.
남도의 자연이 만들어낸 가락, 이것이 그의 그림이다. 왜 그는 남도의 가락에 온몸을 적시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체질에
맞는 한국회화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집념과 열정 때문이다.
즉 자기 그림의 뿌리를 남도의 당에서 다지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창적인 진경산수를 만들어내겠다는 정신과 그 믿음 때문이다. 그는
그가 태어난 전라도를 한도 많고 눈물도 많은 억척과 끈기가 묻어나는 그리운 곳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그 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의지는 노랫가락 속에 스며들고 문장 속에 녹아 들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걸죽한 육자배기나 농부가, 판소리 같은 남도에서 머물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이를 암시한다.
<풀의 노래> 120 x 16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
|
“붉은 황토 밭이나 텅 빈 들판의 벼 포기에서 생활의 고단한 땀과 눈물, 그리고 남도의 속살이 조금이나마
드러났을 때 나는 그것을 밑천 삼아 다른 지방으로 우리 그림을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나는 지금 그의 이름 속에 한국화의 새로운 별이 빛나고 있음을 본다.
<가는 봄> 60 x 90cm 장지위에 연필, 분채 2004
주요약력
* 중앙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개인전 8회
* 젊은 모색 ‘90-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전(국립현대미술관, 1990)
* 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호암갤러리, 1994)
* 실크로드전(동아갤러리, 1996)
* 몽류금강전(일민미술관, 1999)
* 취화선 : 그림으로 만나다(금호미술관, 2003) 외 다수의 단체점과 기획전
* 제7회 중앙미술대전 한국화부 대상 수상
* 제12회 석남미술상 수상
* 제3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현재
*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
* www.isongart.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