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NTHLY ART MAGAZINE-ART KOREA WEBZINE

표지작가

오유화 - 동서양의 미학을 통합하는 신선한 발상

외국작가

崔庚國 - <牧丹>連作으로 정상에 오른 中國의 重鎭級美術人

해외작가

김신자 - 사랑과 평화 축쇄된 언어와 이미지의 향연

이달의 작가

이원자 - 실경과 진경 사이에서

한복희 - 전통민화 행복한 삶 테마 부각한 현대의 조형성 추구

작가 에세이

서재홍 - 꽃 이야기

김순지

2007년 08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한복희 - 전통민화 행복한 삶 테마 부각한 현대의 조형성 추구

Untitled Document

이달의 작가

Hahn, Bock Hee

한복희

민화와 보자기전

2007. 8. 8 - 8. 14
갤러리 서호

전통민화 ‘행복한 삶’ 테마 부각한 현대의 조형성 추구

김호년 / 미술평론가, 고미술저널 발행인

   우리의 전통민화는 우리의 조상들이 일상의 다사다난한 삶을 영위하면서 보다 더 나은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활공간에다 인간의 염원을 담은 다양한 그림을 그려 장식한 문화적 공간을 창출한 삶의 흔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자연적인 재해로부터 침해를 물리치려는 부적에서부터, 삶의 욕구인 무병장수와, 자손의 번창, 남여화합, 부귀영화, 노후의 평안 등등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소망과 기원이 우리 민화의 구석구석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화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하는 목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공간이 수준 높은 문화공간으로 승화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문화를 향유하며 차원 높은 생활을 즐겼다는 것이 우리가 민화를 통해 가지는 자긍심인 것이다.
   그동안 한복희 교수가 즐겨 그린 민화 중 흔히 보아온 모란도 병풍은 똑같은 구도와 음양을 대비한 꽃 모양을 8폭 또는 10폭으로 단순하게 반복한 것이지만, 당시 최고 부귀의 상징인 궁궐에서부터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았으며, 큰 잔치에서는 행사의 배경이 되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했다.
   또 호작도(虎鵲圖 까치 호랑이 그림)의 경우는 세화 벽사의 의미로 쓰인 용과 호랑이 그림에서처럼 악귀를 못 들어오게 내쫓는다는 고정관념의 이미지를 벗어나 양반, 그

금박문자도 25 x 20cm 갑사

화조도 60 x 32cm

화조도 60 x 32cm

중에서도 무반의 상징인 호랑이로 대치시키고, 호랑이 양반을 희롱하는 까치(즐거운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는 전형적인 서민의 상징이자 대변인)를 소나무에 배치해 당시 세상사를 위트 있게 표현한 해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화 호작도에 나오는 호랑이는 맹호도에서처럼 무섭고 사납게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못나고 바보스럽게 그려지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그림마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표현을 숨기고 있는 민화는 백동자도에서는 자손이 많아 집안이 번창하기를 기원한 것이고, 요즘도 인기를 끌고 있는 십장생도(十長生圖)는 해를 비롯해 산, 구름, 바위, 물은 물론 소나무, 거북, 학에 사슴, 불로초, 천도복숭아 등등 10가지 오래 산다는 것들을 산수화처럼 조화롭게 묘사해 인간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또한 화려한 꽃과 다정다감한 여러 가지 새들을 쌍으로 그린 화조도는 부귀는 물론, 부부금실, 남녀화합을 질투가 나도록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한가로이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린 어락도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대궐을 암시하는가 하면, 메기와 피라미는 장군과 졸병에, 한가한 사람이 아니면 물고기의 노니는 것을 즐길 수 없다 해서 낙향한 선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락도는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때 물총새가 물고기를 물고 나르는 것은 살생의 의미가 아니라 재야의 선비를 임금이 등용시킨다는 뜻과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의미와 염원이 담긴 민화중에서도 한교수는 특히 책거리를 즐겨 그리고 있음은 그의 직업이자 전공인 도서관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복희 교수는 알려진 대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도서관학과를 전공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도서관학으로 석사를 했고, 역시 영국의 러프버러대학교에서는 도서관학의 발전적 과정인 정보학 석사, 그리고 성균관대학교에서는 문헌정보학과에서 문학박사의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81년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0년 가까이 도서관학에 관련한 후학지도 및 많은 논문과 저서들을 발표하면서 현재는 교수 겸 동대학교의 중앙도서관장을 맡고 있다.
   한교수와 책과의 관련은 이같은 그 오랜 세월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민화 책거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책(정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화조도 2폭 95 x 32cm

그런데 민화의 책거리는 현대, 즉 서양화의 개념으로 살펴보면 불합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책의 표현이 보이는 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앞쪽 가까운 면은 작게, 그리고 작게 그려야 할 뒤쪽은 크고 넓게 반대로 그렸다. 그리고 책을 중심으로 장식된 꽃이나 청동그릇, 도자기 그리고 식물들은 계절이나 장소와는 무관하며, 도자기 등 기물 또한 제작과 사용시기와도 관련이 없다. 책가에 엉뚱하게 고추가 등장하기도 하고, 더러는 수박과 씨 많은 석류가 올라오기도 한다. 모두가 소망의 기원을 담거나 동경하는 이상적인 미래의 세계를 표현, 출세의 욕구를 자극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호랑도 40 x 40cm

책걸이 8폭 70 x 45cm

   그런데 역원근법으로 처리한 책의 표현은 서양화의 사실적인 묘사, 즉 보이는 눈의 시각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이는 형체, 사의(寫意)로 그렸기 때문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진 같은 시각이 아니라, 마음의 뜻으로 사물을 재구성해서 표현한 것이다. 서양화에서도 포비즘 이후 사물을 마음으로 보는 시각으로 왜곡해서 그리기 시작, 현대에 이르러는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교수가 민화의 책거리에 애정을 가지는 것도 이 같은 현대적인 표현기법은 물론이려니와 사물을 눈으로 보는 감각적인 시각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는 따뜻한 마음과 애정을 가진 사려 깊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번 제 2회 개인전에서 남다른 관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옛 선인들의 정성과 초복(招福)의 뜻이 있는 보자기 작품들이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어서 보관도 하고 운반하는데 사용한 여인들의 솜씨가 밴 생활용구였다. 그러나 이 보자기에 다양한 문양을 첨가함으로써, 그 종류와 의미가 심오해져 우리 옛 여인들의 보자기를 ‘보자기 문화론’ 또는 ‘보자기 철학’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보자기는 처음 생활의 수단으로 시작됐지만 그 의미는 점차 복을 지칭하는 내용이 되어 물건을 싸두는 것은 복을 싸둔다는 것으로 해석했으며, 축복적인 신앙의 의미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천의 자투리를 이어서 활용하던 시기에 이르면 늘리고 연장하며 문양을 만들어가는 솜씨와 정성을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를 놓을 때 ‘부·귀·영·화·복·락’ 기운을 문자로 표현하면서 그 종류는 다양해지고 그 가치 또한 신성시할 정도로 격상화 됐다.
   한 교수는 이번 출품작에서 보자기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만든 보자기에 금박 등 다양한 문양을 그리거나 제작하기도 했다. 이 속에 여인의 정성과 섬세한 솜씨로 차원 높은 인간의 염원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최근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조각보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드물다. 조각보는 자투리 천을 재활용한다는 근검절약의 미덕으로도 높이 평가하지만 그 구성적 요소가 현대 기하학적인 세련미를 갖추고 있어 매력을 더하고 있다.
   흔히들 조각보를 예찬하다 보면 폴란드 화가로 추상회화의 선구자였던 몬드리안 피에트(1872-1944)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회화는 화폭에서 일체의 구상성(具象性)을 배제하고 수직선과 수평선에다 구조의 원리를 두고 원색으로 정방형, 또는 직사각형의 배치를 통해 지고(至高)의 질서와 균형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고의 질서와 균형’을 얘기한다면 우리의 옛 여인들이 지고의 정성으로, 그것도 붓이 아닌 날카로운 바늘 하나로 만들어 낸 ‘질서와 균형’의 미는 만약 일찍이 몬드리안이 우리의 조각보를 보았다면 그는

화첩도 10폭 105 x 33cm

그 같은 회화작업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우리전통 보자기의 미학은 구성면이나 색채면에서 더 이상의 콤포지션을 창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몬드리안의 구성미나 우리 보자기의 구성미는 선과 색채를 통해 전통과 정서적인 면에서 그 특징적 미학을 가지고 있어 비교될 성질은 아닐 것이다.
한교수의 이번 보자기 작품들은 우선 우리의 전통적 형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 기본적 요소를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달라져 엉뚱한 의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수(數)의 개념은 홀수인 1, 3, 5, 7, 9와 짝수인 2, 4, 8, 10의 구성이 음양 또는 천지인(天地人)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색이 바로 오방색(五方色)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교수는 조각보에서 그 색상을 오방 즉, 다섯 가지 방위인 동쪽의 청색, 남쪽의 적색, 서쪽의 백색, 북쪽의 검정색으로, 그리고 중앙에는 황색을 배치하면서 옛 여인들이 기성품의 원색을 선택한 것에 비해, 한 교수는 변화된 중간색 톤을 적절히 배치해 현대감각을 살렸다는 것이다. 전통을 이어 받으면서도 그것의 원리를 이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현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보자기는 이 같은 구성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리를 통해 우주의 원리, 즉 종교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민화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한 삶’에 이르려는 소망과 기원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교수가 30년 넘게 일생을 바쳐온 도서관학의 전문적인 영역을 삶의 바탕으로 영위하다가, 또 다른 전문적인 세계, 민화로의 출발은 전통민화의 테마인 ‘행복한 삶’의 추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방법론인지도 모른다.

동행 57 x 32.5cm

부귀영화 64 x 64cm

한교수의 두 번째 민화작품전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주위에 사랑을 전도하면서도, 본인의 인생을 한 조각도 헛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조각보처럼 이어서 재구성하고, 그것으로 복을 싸 담고, 복을 전하려는 지극정성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보아진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노후를 즐기려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민화의 테마를 되새겨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론은 ‘행복한 삶’ 바로 그거였다. - 전시도록에서 전재 -

주요약력

• 개인전 2회

주요 단체전
• 우리민화협회 부채그림 초대전 (나무화랑, 2007. 7)
• 우리민화협회 부채그림 초대전 (코스모스 갤러리, 2007. 5)
• 우리민화협회 창립기념초대 정해년 세화전
   (한국일보 갤러리, 2007. 1)
• 한국미술 미감전(美感展) (한국미술센터 갤러리, 2006. 11)
• 한국미술 작은 그림제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2006. 8)
• 대한민국 부채그림 미술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06. 5)
• 중국 산동성 차박람회 민화 찻상보 전시 (중국 일조시, 2004. 9)
• 제2회 초의선사 탄생문화제 민화 찻상보 전시
    (초의선사 기념관, 2004. 5)

민화경력
•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 민화진채 전문인과정 2년 수료     (2005-2006)   지도교수 : 서공임 우리민화협회 대표

현재 활동직위
•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1981. 3. ∼ 현재)
•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강사 (2000. 3 ∼ 현재)
• 충남대학교 독서클리닉센터 센터장 (2005. 12 ∼ 현재)
•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장 (2007. 5 ∼ 현재)
• 혼례문화연구센터 센터장 (2003. 3 ∼ 현재)
• (사단법인)우리민화협회 이사 (2007. 4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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