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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 박선규

신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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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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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1월호 > 특별기획 > 논단 > 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 박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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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글 : 박선규 / 문학박사, 미학전공

차 례

서언(緖言)

1. 일반적 표현내용
1) 역사적인 것
2) 분위기적인 것
3) 내면적인 것

2. 현대미술의 표현내용
1) 절충양식적인 것
2) 아이디어적인 것
3) 미적 소외 것

3. 표현해야 할 내용
1) 형상의 진실성
2) 형식미의 진실성
3) 성(誠)의 진실성

결어(結語)

2. 현대미술의 표현내용

현대미술은 아방가르드로부터 논해야 하는데, 그 운동개념에서 보면 ‘기지 또는 재능의 예술’인 변증법적 행동주의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작업태도에 비중을 둔 것으로 행동을 위한 행동, 예를 들면 운동의 무아지경 속에서 건물을 때려 부수고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맛보는 허무주의적, 또는 초월적인 적대주의적인 행동주의적인 것이다.
이러한 현대미술은 그 개요만 말하면
① 허무주의적이다.
② 투정주의적이다.
③ 퇴폐주의적이다.
④ 문화질서에 반하는 유행적이고 취향적인 것이다.
⑤ 심리적 소외, 양식적 소외, 경제적 소외, 미학적 소외의 것이다.
⑥ 실험주의적인 것이다.
⑦ 비인간적이며 모호한 것이다.
⑧ 현학적 의지성, 형이상학적 은유성을 약간 띠고 있다.
⑨ 현실적이면에 내재하는 비합리적인 것의 노정 작업이라는 것이다.
초기 아방가르드가 ‘날마다 무제한과 전투를 치루는 우리를 가엾게 여겨라! 우리의 오류를 가엾게 여겨라! 우리의 죄를 가엾게 여겨라….’고 말한 것처럼 그들은 마치 전위대와같은 운명을 겪어야 한다는 자기희생과 자기헌신의 정신으로 미래주의적 선언 또는 예언적인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모든 것, 닥쳐오는 정치적, 사회적 위기, 미래역사의 폭발 내지는 파국을 예술의 국면에서 예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방가르드는 퇴폐주의 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표현내용도 이와 더불어 ‘부정의 문화’, ‘잃어버린 세대’, ‘오류와 헐떡거림’, ‘유행과 기계화에 민감’한 양식화로 아르 누보의 단계, 퇴폐 예술의 저속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1) 절충양식적인 것
현대 미술의 이러한 경향은 표현 내용상 전통과 아카데미 자체에 대하여 배타적인 정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권에 반항하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자유분방하는 것으로써 절충적 양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현대미술은 정통적 원리를 계속해서 공유해왔던 한 사회의 이념을 파괴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미술논단/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Park, Sun Kyu

주요약력

* 논문 ‘예술과 창조정율’ 외 수십편 쪾저서 「미학이란Ⅰ」 외 15권
* 개인전 11회(수채화, 유화) 쪾국제전 다수 출품
* 공모전 수상 3회 쪾교육공로상 수상 3회
* 한국수채화협회 심사위원, 모란미술대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교원미술대전 심사위원
* 전 전북산업대학 교수
* 경원대학교 대학원, 군산대학교 대학원, 원광대학교 대학원 출강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 현 : (사)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그래서 자신을 죽이는 현대사회를 비난하고 ‘사회의 자살자’가 되지 않겠다는, 사회에 대한 파업상태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사회가 어지러워진 그러한 것과 함께하는 양식이다.

2) 아이디어적인 것
그러므로 현대미술의 표현내용은 회화본연의 가치인 진실성의 표현을 위한 진지한 묘사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다. 명나라 장풍(張風)이라는 이론가는 ‘내가 한탄하는 것은 손을 갖추지 못하였으면서 눈만 갖추고 있다. (我所恨者, 未具此手. 先具此眼)’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손’은 묘사력을 말한 것이다. 손으로 착실하게 정성을 다하는 묘사력을 기르려고 하지 않고 눈으로 본 피상적인 것만을 표현하는데 급급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변질과 퇴화현상이다. 불치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불치병 환자가 위대하고, 범죄자를 심판하는 법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유례없는 범죄자가 위대하며, 축복 받는 자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저주 받는 자가 위대하다는 사회적 변질과 퇴화를 표현내용으로 하는데는 기묘하다든가 정교하고 신묘하다는 묘사력은 중요치 않다. 깜박, 착각이나 망각을 이끌어낼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스치고 지나가면 잊어버릴 무감동적인 아이디어는 그림과 별무관계이다. 구성작업에서, 광고적 효과를 노리는 작업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3) 미적 소외의 것
아방가르드의 미학에서 지배적인 것은 심미안의 부재라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심미(審美)자체를 거부하고 ‘깨끗하고 간단하게’라는 ‘간결(簡潔)’을 저항 노선으로 확정하였다.

모딜리아니 <피에로 풍의 자화상> 43 x 27cm 캔버스에 유채 1915

미술논단/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반대로 추의 범주들을 끌어들여 미학적 다원주의의 원리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미술의 표현 내용은 전통으로부터 소외 된 것들이다.

3. 표현해야 할 내용

그림에 있어서 마땅히 표현 되어야 할 내용을 미학적 시각에서, 진·선·미라는 최상의 이념적 이상세계에서 보면 사물의 진실성이 표현되어야 한다.
진실성을 표현함으로서 관객의 정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미적인 것을 끄집어내어 ‘참 좋다’라고 거울 앞의 자신을 거울 속에서 보는 그러한 기회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운명같은 것에 관심을 둔다든가, 또는 그림에서 풍기는 분위기적인 것에서 사랑과 증오의 가치를, 실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정과 고뇌의 정신 상태를 조절하는 유용성은 그림의 존재가치나 의의와 관계된다. 그러므로 미적 쾌락을 위한 심미적 저급성을 띤 것들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1) 형상의 진실성
그런데 예술적인 특유의 감각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장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 진실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주목하기만 하면 거의 신기할 정도로 무관심하게 보아왔던 그림에서 눈에 보이고 있는 것은 아랑곳없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는 진실성이다.

브라크 <물병과 물고기> 33 x 55cm 캔버스에 유채 1941

미술논단/그림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그림과 실제로 전혀 동떨어져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그림의 전체성에서 지각할 수 있는 위치는 언제나 그의 감각에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상면에서의 표현되어야 할 진실성은 우선 몇 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데,
① 모양의 진실성이다. 모양을 이루고 있는 원료적인 것들이 거짓없이 묘사를 통하여 표현되었을 때를 말한다.
② 생태적 진실성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생태적인 면이 있다. 크게 말하면 그 생태성은 같은 것이지만 분리하여 말하면 생물마다 그 모양에 따라 생태적 현상에 서로 다른 변화현상이 있다. 이것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주름진 노인의 얼굴을 그려서 한 인간의 삶 적 생태성을 표현하는 것인데 단순히 주름진 얼굴의 형상만 표현하였다면 그 표현내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2) 형식미의 진실성
형식은 내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내용 없는 형식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사물의 존재자체가 이 형식과 내용의 조합이라고 한다면 형식을 이루는 조형적인 것이 얼마나 진실한가로써 그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미는 조형원리에 의한 표현을 말한다. 어떠한 원리를 적용 하였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간결하게 해야 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써의 표현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성(誠)의 진실성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림도 순간의 아이디어나 다듬어지지 않은 저속한 묘사, 기껏 한다는 것이 향수어린 신성화 같은 환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질서하고, 비논리적인 것은 성의 진실성과 거리가 멀다.
성의 진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일(一)의 개념과 같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순수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성의 진실성이 표현된다.
그림에 표현되어야 할 내용이 바로 이러한 진실성에 있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림의 존재가치, 의의와 목적의 시각에서 보면 그 답을 얻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현내용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어(結語)

만약 위에서 말한 그림의 표현내용으로써 역사적인 것, 분위기적인 것, 내면적인 것, 또는 절충적인 양식, 아이디어적인 것, 미적 소외의 것들도 사실상 그의 진실성이 표현되어 있다.
브라크의 <물병과 물고기>의 단순간결한 구도로써 조형의 진실을 다한 것, 모딜리아니의 <피에로 풍의 자화상>에서의 시적(詩的) 이미지를 위한 형태의 데포르메이션(deformation), 쇠라의 <그랑캉의 항구>에 응용한 삼각형 화면이나 안정감과 침착함을 자아내기 위한 명암법,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용>에 나타나는 8자모양의 구도 등 모두 형식미의 진실성을 다 한 것들이다.
비록 다다이즘이 장난을 하였다 하더라도 전념한 바 있으면 망념과 실패로 끝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기적인 원리에서 절실하게 우러나온 것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장르로써 쾌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관념적인 시사적 표현에 머문다거나 단지 개성중시의 시각으로 형식 없는 표현을 위주로 하는 작태를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것의 댓가는 너무나 냉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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