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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7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용숙 - 현대구상양식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도상학 강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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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 술 I 논 I 단
현대구상양식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도상학 강좌 1.
글 : 박용숙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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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숙(朴容淑)_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동덕미술관 초대관장을 지냈다. |
| 1장, 샤머니즘은 21세기의
과제
‘Shamanism’이라는 용어는 19세기초에 서구학자들이 발명한 이름이다. 이들의 연구는 샤머니즘을
미개한 원시종교로 몰고 갔다. 서구문명의 잣대로 재단한 이 시행착오는 20세기의 문턱을 넘으면서 그들 자신들도 뉘우치고 있다.
이 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샤머니즘의 허상을 벗기기 위한 시도로 주로 샤머니즘 도상(圖像)자료를 기초로 그 목적에 도달하려 한다.
도상학이 미술의 인문학적인 자양분이라는 점에서 이 연재가 현대미술을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베리아는 아직도 샤머니즘연구자에게 유익한 작업장으로 남아있다. 샤머니즘의 진실이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오크라도니코프는 러시아과학 아카데미회원으로 1930년대에 아무루강 일대를 조사하여 많은 양의 암각화(탁본)를
수집했다. 우리의 이 도상연구를 위해 요긴한 자료는 회화사에서 언제나 수수께끼로 남는 회오리(過卷)문양과 원숭이 얼굴, 물오리(鴨)와
사슴, 그리고 뱀(龍), 말(馬)과
1) 알렉세이 오크라도니코프,
시베리아 고대문화
2) '故事成語考 朋友賓主' 彌我同心曰金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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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전사(騎馬戰士)의 모습이다.1)
이 도상들에는 샤머니즘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 도상들은 결코 샤머니즘이 미개인의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한다. 우선 기마전사의 모습이 그렇다. 아무루강일대의 퉁구스족이 기마병으로 무장을 했다면
이를 미개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고려시대의 승려였던 일연(一然)은 신라시대의 화랑도(花郞徒)를 언급하면서 그들이
금란산천(金蘭山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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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를 한다고 썼다. 여기서 ‘金蘭’이라는
말은 ‘비밀결사’의 뜻이므로 이들이 아무루강과 같은 별난 곳(山川)에서 특수훈련을 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2) 화랑도는
무속에서 ‘해랑이’, ‘외입장이(外入匠)’라 부른다. 해랑이는 태양신을 믿는 젊은이를 말하고 외입장이는 바람장이다.
그들은 선택받은 젊은이들로 리그베타 경전에 등장하는 미트라(mithra)처럼 바람을 피우는 것이 특권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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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1 (천전리(川前里) 암각화 나선) 선사시대/성균관대 박물관 |
그들이 지상에서 가장 우수한 종자를 지녔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이 전하는 <동이전>에는 이들이 서로 상대를
가리켜 ‘사(徙)’라고 부른다고 했다. ‘徙’는 이사(移徙)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이동한다는 뜻이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수시로 이동하는 특수 집단인 것이다. 그들은 술을 마시는 일을 상(觴)이라고 부르고 술잔에다 자신들의 피를 섞어서 나누어
마신다. 샤머니즘은 미개종교가 아니라 우수한 종자가 되기 위해 목슴을 바쳐 수도하는 철학적인 종교라는 것을 말해 준다.
도상1, 회오리
아무루강에서 발견된 회오리문양은 작은 알바위에 새겨져 있으나 한반도의 울주 반구대(盤龜臺)에서 발견된 회오리문양은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거대한 암벽에 새겨져있다.(도판1) 회오리문양이 샤머니즘시대에 바이블처럼 신성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양쪽이
모두 강과 관련이 있어서 회오리도상이 물고기를 잡으며 야영을 하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이는 회오리문양이 실제로 물고기문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허신(許愼)이라는 사람이 쓴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회오리모양을
회(回)라고 쓰고 회오리가 지구가 도는 방향과 반대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감아 돌아가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 의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라마교가 놋쇠로 만든 종을 걸어놓고 이를 시계바늘과 반대로 방향으로 돌리는 의식이 보여준다. 이란이나 터키와 같은 이슬람국가에서도
신성시되는 스윙댄스는 회오리운동과 다르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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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2 접시안에 만(卍)자가 새겨져 있다. 지중해 뮤케나이 시대
회오리의 철학은 음양오행이다. 음양의
기가 서로 밀치며 격렬하게 선회하는 운동은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음도 아니고 양도 아닌 중성(五行)이라는
것이다. 중성의 상태가 회오리인 것이다.
회오리는 하늘(천문)에도 있고 지구에도 있고 인체에도 있다. 우리들의 손바닥 발바닥, 머리에 있는 중성적인 자리를
회오리라고 한다.
부처님의 손바닥과 발바닥에 만자(卍)가 새겨지는 이유이다. 만이 회오리이다.(도판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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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꼭대기의 회오리는 가마라고
하고 불상에서는 이곳을 영대(靈臺)라고 한다. 그 영대에서 솟는 상서로운 기(靈氣)가 우주와 통한다고 믿는다.
회오리 도상의 역사는 아주 오래다. 오늘의 터키 땅인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견된 회오리는 기원전 6천 년이나 되는
것으로 사람의 배꼽이 회오리로 표현되었다. 여신의 누두부조(浮彫)에서 배꼽만 그려놓은 것으로 회오리의 의미가 여체와
관련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도판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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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두의 여신은 얼굴과 발과 손바닥이
추상적으로 처리되었으나 유독 배꼽만 뚜렷하게 동심원(同心圓)으로 그려져 있다.3) 그렇다면 배꼽과 회오리는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생체적으로 보면 배꼽은 여성의 몸에서 자궁이 있는 지점과 겹친다. 그렇다면 배꼽은 생명의 신비를 암시하는
것이고 모체와 아기. 전체와 개체가 서로 이어지고 나뉘는 신비로운 매개 고리라고 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배꼽을 옴파로스(omparos)라고 부르고 그곳에 있는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았다. 이는
지구의 회오리지점에 천문을 관측하는 신전이 있다는 뜻이다. 배꼽은 인체의 전체 길이의 2분의 1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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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샤먼들이 수도하는 곳도
지구를 2의1로 나누는 어떤 곳에 있다는 뜻이다. 천문고고학의 설명에 따르면 그곳이 황금횡대(黃金橫帶)라는 것이다.
그곳에 회오리치는 지자기(地磁氣)가 있다고 한다. 이것을 한자가 회(回)라고 썼던 것이다. 배꼽이 회오리치는 모양임으로
태아가 그곳에 자리잡은 무중력의 공간(자궁)에서 뱅글뱅글 회전하며 성장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배꼽이 천문학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바빌로니아의 이시타르여신이 말해 준다. 이 여신을 배꼽의 여신이라고 부르고 그 배꼽을
금성(金星)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금성은 천문관측에서 동지와 하지의 중간지점인 춘분추분지점을 헤아리는 표적이다.
춘분추분은 하지와 동지의 정확히 2분의 1지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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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부리아트 샤먼들도 금성을 solbon이라고 말하고 이 별의 성격을 ‘아침이나 저녁에도 볼 수 있는 별’이라고
믿었다. 우리가 말하는 샛별이고 금성인 것이다. 아침을 양이라고 하고 저녁을 음이라고 한다면 샛별이 있을 때가 중성으로 그곳이
배꼽이다. 배꼽은 곧 춘분과 추분의 눈금(尺)이 되는 것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인들이 금성을 ‘최초에 나타나 최후에 사라지는
별’이라고 믿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4) 그러니까 회오리는 샤먼들이 햇볕의 길이를 재는 천문관측의 척도이고 이시타르 여신의
신전도 천문대였음이 드러난다. 시베리아아무르와 한반도의 반구대(盤龜臺)지역도 천문을 관측하는 특수 지역이다.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 와트에는 유액(乳液)의 바다를 휘젓는 부조가 있다. ‘유액(乳液)의 바다’를 휘젓는다는 말은 회오리의 표현으로 그
신전이 천문대였음을 말한다.5) 이 회오리가 그리스신화가 말하는 ‘세계의 배꼽’이고 카오스(chaos)다. 카오스는 바빌로니아의
창조신화에서 티아마트(Tiamat)이고 성서의 <창세기>에서 언급되는 혼돈은 ‘Tehom'인데 이 말도 티아마트와
같은 어근이다.6)
이렇게 회오리 도상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고전인 <심청전>이 왜 심청(沈淸)이를 회오리(인당수)에다 빠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회오리는 영혼이 거듭 태어나는 부활의 상징이기 때문이며 자궁이 배꼽아래에 있듯이 그녀가 도달한 용궁(天堂)도
바로 그 회오리 아래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3) Mary Settegast, Plato Prehistorian
(Lindisfame Press, 1990), p.191인용
4)우노 하르바 샤머니즘 pp.182-183
5) Jean-Noel Robert <로마에서 중국까지>
이산, 1998년,p.287
6) Henz Westman, The Structure of Bibical Myths(Dallas; Spring Publication
Inc,. 1983),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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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4 <시베리아 퉁그스 샤먼> 사슴관을 쓰고 고축(告祝)을 하고 있다. |
도상2, 사슴(鹿)
시베리아퉁구스샤먼은 고축(告祝)굿을 할 때 머리에 거대한 사슴뿔을 단 관(冠)을 쓴다.(도판4, 5) 왜 사슴뿔을 관에다 장식했을까.
아무루강에서도 사슴을 그린 도상이 여기저기에 있는 것은 사슴과 샤머니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중국문헌에는
사슴이 제왕(帝王)의 비유로 쓰인다고 했다. 진나라(秦)가 사슴을 잃었기 때문에 천하가 모두 그것을 쫓게 되었다는 말은 사슴이
제왕이라’고 해야 그 뜻이 이해된다.7) 사슴에 대한 인류학적인 자료에는 사슴뿔이 번개모양과 같다는 것과 몸에 얼룩점이 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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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슴은 천문도와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샤머니즘’이란 명저를 남겼던 우노 하르바(Uno Harva)는 사슴을 시베리아 샤먼들이 대웅좌(大雄座)로 부른다는
사실을 밝혔다.8)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시베리아 부리아트 샤먼들은 사슴을 ‘일곱 개의 별’ 혹은 ‘일곱 명의 노인’으로
불렀듯이 그들이 일곱의 수자에 역점을 둔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슴의 도상적인 의미가 대웅좌 혹은 북두칠성(北極星)을 가리킨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도상은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증식되거나 패러디가 되기도 한다.
타타르인의 샤먼이 최후의 심판의 날이 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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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의 개’가 자물쇠를 풀고 도망간다고 믿었던 것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료이다. 우로 하르바는 이때의 개가 대웅좌(大雄座)의
일곱 개의 별을 의미한다고 한다. 샤먼은 이 별들이 다른 무수한 별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둥과 연결되어있다고 믿으며 만일
이 유대(끈)가 끊어지는 때가 되면 세계에는 대 파국이 온다고 믿었다.9) 이 일곱 개의 별은 그러니까 세계의 기둥인 동시에
샤먼 최고의 신이기도 했다.
7) 司馬遷 <史記 准陰侯傳)
秦失其鹿天下共逐之 注 集解曰
張晏曰以 鹿喩帝位也
8) 우노 하르바, 샤머니즘-北極星과 小熊座
-三星堂. 昭和46年, pp.175-178
9) 우노하르바, 앞책,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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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믿음이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왔다는 증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사람들은 일곱의 신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으며 이 일곱의 신들이
북두칠성이고 천상에 있는 샤먼들이라고 믿었다. 북두칠성에서 신선들이 장기를 두며 사람들의 수명을 결정한다는 우리의
민담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인도에서는 북두칠성이 메루산의 바로 위에서 빛난다고 하여 천문관측이 바로 머리 위에
북두칠성이 보이는 곳에서 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유럽, 그리스인도 예외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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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황은 샤머니즘이 북두칠성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아무루강에서 수도했던 젊은 샤먼수도자들은 계절을 따라 그들의 캠프를 이동해 갔다. 왜 한곳에 머물지 않고 수시로 이동했는지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회오리와 사슴의 갖는 도상적 의미는 그들이 왜 서로를 사(徙)라고 불렀으며
수시로 금란산천을 따라 이동했는지를 말해 준다. 그들은 하지, 동지, 춘분, 추분의 지점을 관측하기위해 계절에 맞추어
그 지점을 적합한 곳으로 옮겨야 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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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의 본질이 천문관측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들이 있었던 곳마다 회오리나 사슴그림이 새겨져야 했던 것은 그 도상들이 다름 아닌 그들의 신성한 바이블이었음 알게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고구려고분 벽화에 나타나는 수렵도(狩獵圖)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눈 여겨 보아야 한다. (도판6) 그것은
문자그대로의 사냥도가 아니다. 사냥의 이차적인 의미는 자연학습이었다. 따라서 이 사냥도를 일차적인 기호로 읽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사슴이 북두칠성을 가리킨다고 했으므로 이 그림의 도상적의미가 천문관측의 행위를 비유로 나타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선들의
임무가 천문을 관측하는 일임을 보여준 그림이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활을 쏜다는 창(唱)을 부르거나 씨름을 할때에도 그리고 점을
칠 때에도 적용되는 용어로 법을 ‘정확히 헤아리다’ ‘정확히 맞추다’의 의미이다. 헤라클레스가 활로 태양을 쏘거나 중국신화의
신궁인 예( )가 열 개의 태양을 쏘았다고 한 것은 직접 태양을 활로 쏘았다가 아니라 그들이 천문학에도 정통하다는 의미의 신화적인
화법이다.
- 다음호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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