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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7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 -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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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현대적 담론
- 그림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서화가
300. 감상론
서론
이제까지 약 5년에 걸쳐 발표한 <미술논단> 299개 항목의 내용들이 감상의 근원이며 한 작품을 완전히 분해하여 그것의
품격과 풍격을 감상하고 평가할 척도들이다. <299>항목의 <법과 이(理)>를 보면 첫째, 그림은 법으로
그려져야 한다.
둘째, 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법을 무시하고 작가 마음대로 그려진 그림은 감상할 수 없다. 화가 자신도 무엇을 그렸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넷째, 법으로 그려지지 않은 그림들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한 작품을 예로 그 그림에 대한 분석을
해 가며 색채는 어떻고 구도는 어떠하며 이미지 표현의 적절성은 어떠하다는 등등 많은 말을 해 보았자 감상자는 물론 전업 작가도
잘 이해가 안 된다. 마치 음식을 먹으면서 그 맛을 맛보듯이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불필요한 말들을 왜 해야 하는가?
간혹 이 작품은 누구의 작품인데 색채의 마술사라고 평하고 있으며 표현양식의 특수성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스 신화내용을
그린 것으로 주신(酒神)을 표현한 것이다. 팔찌는 나의 여자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등등 이것이 그 작품에 표현된 모든
것인 양 아주 가볍게 감상평가 한다. 이러한 방법도 상당히 무모한 짓이다.
만약 작품을 보고도 잘 모르겠으면 그나마 화가가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그와 같이 그렸는가? 화가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도
감상의 한 방법이긴 하지만, 화가자신도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잘 모르니 역시 답답할 뿐이다.
작품의 평론이나 감상은 별도의 어떤 규칙이 없다. 그 근거는 감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있기 때문이다. 좀 안답시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함부로 말하는 것도 경솔한 행위이다. 평론으로 작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물론 화가로부터 왜 그렇게 그렸는가? <작가노트>라도 받아서 그것을 근거로 한 감상이거나 평론이면 그래도 그 작품의
본질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잘못은 면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재(文化財)에 해당되는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화가자신도 자기작품에 대하여 잘 모른다. 가령
<꿈>을 표현한다고 이미지를 설정한 후 그린다 해도 처음의 생각대로 과연 <꿈>을 그리고 있는가? 아니면
<꿈>과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잘 모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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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 Kyu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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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 석사 ), •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석사 , 미학전공 ),
• 대만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박사 , 미학전공 )
•
전 ) 중등학교 교직 경력 13 년 , 대학 및 대학원 경력 15 년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2 년
• 현
) 사단법인 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 의재정통유화연구원 지도교수
• 논문 : 易學與樂記中美學原理探究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論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與創造定律 ( 중국 대만성 교육청 문화논문집 ), 예술과감정
( 한국 정신문화원 계간 논문집 ) 외
美學 . 예술철학 . 조형론 . 기교론 . 평론 . 감상에 관한 논문
다수
• 저서 : “繪畵思想與造形理論” ( 中文 ) “道思想과 繪畵世界” “美學이란 (1) ” “사색의 모델”
“이 시대를 바르게 살아가는 길” “현대미술도 예술인가”, “예술과 창작” “예술이냐 외설이냐”
“산수화와 그정신” “산수화의 조경이론” “문부와 그 미학” “공자는 안 죽어”,
“석도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라
하였다” “멍청한 심사와 응모작품” “제멋대로 ( 隨意 ) ”
“미학이란 (2) “ ”람상 1 “ ”람상 2
“ ”람상 3 “ 등 19 권
• 작품활동 : 유화 . 수채화 개인전 11 회 단체전 다수 출품 , 유화 50
인 초대전 출품 ,
아시아수채화연맹전 출품 , 맥시코 수채화비엔날레 출품 ,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2001 년 제 26 회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Fine Art Communication
협회 일본 동경전 출품
• 수상경력 : 교육공로상 3 회 수상 , 공모전 유화부문 3 회 수상 , 서예부문 2
회 수상
현) 사단법인 한국창작협회 이사장, 의재정통유학연구원 지도교수 HP.010-9967-0804, 연구실: 02-388-0804 |
| 『정판교(鄭板橋)』에 “눈으로 본 대와 마음으로 느낀 대가
다르고 손으로 그린 대는 더욱 다르더라”1) 하였다. 눈으로 본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마음으로 느낀 대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역(周易)』에는 “글로서 하고자 한 말을 다 할 수 없고, 말로서 마음에 있는 뜻을 다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성인은
문자와 언어에 의한 표현은 진부하고 천박하며 불확실하므로 상징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표현할 수도 없고 전달할 수도 없는 것들을
64 괘상으로 표현하였으며, 우주만물의 복잡한 착종현상과 변화가 심한 것들의 진위를 설괘(說卦)로 표현하였다(書不盡言,言不盡意...聖人立象以盡意,說卦以盡情僞...)”2)
하였다. 말은 한계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문자의 한계성 때문에 역시 표현을 다 할 수
없다. 그래서 64 괘상으로 우주만물의 생성변화 형상을 표현해 놓았다. 그래도 부족하여 공자가 십익(十翼)으로 보충설명을 해
놓았다는 것이다.
1) 정 섭(鄭燮)저,『정판교(鄭板橋)』, <제4편 도정십수(道情十首)>
2)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
3) Edward Lucie Smith) 저, 이대일 역,『상징주의 미술』,p9, 열화당,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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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인 것이란 형이상학적 문제이다. 실제로 헤아릴 수 있는 숫자와 같은 것도
아니다.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막연하게 느낌으로 느끼거나 깨달음으로 아는 것들이다. 이미 구체적으로 약속된 것들로
화살표나 이정표와 같은 상징적인 것은 바로 알 수 있지만 화가가 위의 정판교(鄭板橋)의 말처럼 본 대로, 느낀 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자기류의 어떤 상징적 부호로서 자기만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그것은 감상할 수 없다.
그림도 하나의 상징적인 것이다. 에드워드 루시 스미드(Edward Lucie Smith)의『상징주의 미술』에 “그림에서 보여주는
형상과 색채 뒤에는 항상 다른 무엇, 즉 다른 세계와 의미체제가 있기 마련이다”3) 하였다. 상징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현실과
다른 세계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의미체제가 은유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선적인 요소의 강조, 곡선적인 옷 주름, 평면적이고
도식적인 양식 등으로, 공기 원근법이나 명암의 은은한 대비로서 목가적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그림 등등 모든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묘사의 구체성이 어떠하든지 상징적인 내용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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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주의 작품의 난해한 점은 첫째, 화가가 상징한 것에 감상자가
공감할 수 없다.
둘째, 그 상징성 때문에 더욱 혼란에 빠진다.
셋째, 상징주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개방체제와 폐쇄체제 사이에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생긴다.
넷째, 화가가 무엇을 상징하였는가? 상관없이 감상자 나름대로 마음속에서 공명하는 그 무엇을 그림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상징 그 자체는 애매모호한 이미지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록 그림을 아는 지식인이라도 감상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관객으로부터 공감대를 가지게 할 감상의 폭을 아주 좁아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감상자의 마음속에서 공명하는 그 무엇으로 개개인의
정서에 의하여 형성된 심미모식 때문에 실제 작품에 표현된 내용과 다른 것을 연상하므로 더욱 어렵게 된다.
물론 위에서 논한 그러한 불필요한 것들 때문에 전혀 혹은 다소 감상에 장애가 되어 감상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을 그린 화가보다도 확실하게 작품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감상의 모든 것을 논하면 다음과 같다.
Ⅰ.감상의 일반
1. 감상개념
먼저 감상이란 어떠한 심미적인 일을 하는 것인가? 그 개념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확실히 알아야 한다. 물론 감상이란 막연한 생각으로
그림을 보고 어떤 정서적인 느낌을 얻고자 하는 심미적 행위라고만 생각하고 나서 감상해도 도움이 되겠지만 감상자의 감상 목적에
따라 그 감상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4) 『설문통훈정성(說文通訓定聲)』
5) 『시경(詩經)』, <?風>
6) 『좌씨춘추 장이십일(左氏春秋莊二十一)』
7) 『진서 하순전(晉書賀循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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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鑑賞)이란 국어사전에는 예술 작품을 음미함(appreciation)
이라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예술작품의 가치를 음미하고 이해하는 것, 예술 작품을 감상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보는 것, 예술작품의
진위와 우열을 분별하는 것, 작품의 양식으로서 필적 등을 통하여 화가의 인품을 아는 것 등등 감상안(鑑賞眼), 감식(鑑識), 감정(鑑定)
등의 시각에서 해설하고 있다.
감상의 감(鑑)에 대하여 『설문통훈정성(說文通訓定聲)』에서는 “큰 쟁반이다(大盆也)”4) 하였다. 동으로 만든 큰 쟁반을
잘 닦아서 거울로 사용하던 때 그 동경(銅鏡)에 남김없이, 과장한 바도 없고 부족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비쳐주는 그러한 현상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시경(詩經)』에는 “비쳐지는 것을 통하여 형상을 살피는 그릇이다(取影察形之器)”5) 하였다. 위의 예문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좌씨춘추 장이십일(左氏春秋莊二十一)』에는 “내 마음은 거울이 아니다. 그러므로 거울로 형상을 살피는 것을 말 한다(我心匪鑑,鑑所以察形也)”6)
하였다. 사람 마음이 거울이 아니라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거울을 통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조명해 볼 수 없다. 둘째, 거울처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비쳐줄 수 없다는 것이다.
거울을 통하여 조명해 보았을 때만 제 모습대로 조명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서 하순전(晉書賀循傳)』에는 “안식, 견식을 말 한다(眼識,見識也)”7) 하였다. |
덕의 함량이 깊고 무성하면 비로소 맑게 멀리 까지 조망 된다(德量邃茂,才鑑淸遠)는
의미이다. 감상은 실제 형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그 진실을 보는 것으로 작품을 통하여 화가의 인품에 쌓인 그
덕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광운(廣韻)』에는 “경계하라(誡也)”8) 하였다. 도덕상 종교상 지켜야 하는 계명(誡命)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잘 잘못을 살펴
경계하는 것을 감(鑑)이라 한다는 것이다. 거울은 거짓이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거울처럼 비쳐보아서 경계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계율과 같은 역할자체 같은 것이다. 예술 작품을 이러한 시각으로 감상한다면 일반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적 소양을 높인다거나 정서적으로
즐긴다는 것과 다른 소름끼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즉, 계명으로써 감상도 있다는 것이다.
감상은『진서 왕융전(晉書王戎傳)』에 “심찰식별야(審察識別也)”9) 하였다. 위에서 말한 그러한 것들을 깊이 살펴서 그것의
진위를 식별하는 것이 감상이라는 의미이다.
이 외에도 규감(規鑑), 법식(法式), 광택(光澤), 사려(思慮) 등등의 의미가 있다.
1). 일반적인 감상
감상의 일반적인 경향을 보면 첫째, 누구 작품인가? 이 작가는 어떤 제도권의 통과로서 어느 대학출신인가? 공모전의 수상경력은
어떠한가?
둘째, 색채가 어떻고 구도가 어떠하며 표현양식은 어떠한가?
셋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독특한 개성이 있는 것으로 현대적인가? 아니면 구태의연한 구상화계열인가? 감상자가 주목하는 점은
이와 같은 것들이다.
감상을 창작중심으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감상하는 경우는 창작 그 주체와 익숙해진 것들이다.
8) 『광운(廣韻)』
9) 『진서 왕융전(晉書王戎傳)』
10) Jose Ortega y Gasset) 저, 박상규 역,『예술의 비인간화』p73, 미진사, 1991.
11) Jerom Stolnitz 저, 오병남 역『미학과 비평철학』p38, 이론과 실천,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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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표현된 것들이 외국여행을 하다가 한 번쯤 본 듯한 풍경이나 한 번쯤
겪었던 사건에 관한 것들이 표현되었을 경우이다. 작품을 보고 참 좋다! 감탄하면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것과 꼭 같은 정취나 격정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러한 감상은 결국 감상자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던 것에 대하여 감상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마치 유리창 밖을 바라볼 때 유리창의 유리는 보지 못하고 밖의 풍광만 보는 것과 같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이와 같이 예술적인
내용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고 다만 현실적인 삶에 국한된 것에만 관심을 두고 보기 때문에 감상에 만족할 수가 없다. 그림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은 현실적인 것들이지만 이를 통하여 형이상학적 심미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모른채 감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사람들은 작품이라는 예술적인 대상을 감상하는 대신 쾌감을 일으키는 원인에 지나지 않는 그들 자신의
감정을 즐기고 있다”10) 하였다. 대리만족과 같은 심리현상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상은 회화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다. 진실과 완벽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달리 파악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아니다. 회화적인 것이 주는 독특한 매력에 고무된 상황을 맛보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그림에 회화적 호소력이란 것이 없다면
그림으로서 감상할 가치가 없다. 그 호소력은 구성 원리에 있다.
제롬 스톨니즈(Jerom Stolnitz)는 “미적 태도란 그것이 어떤 대상이든지 상관없이 인지의 대상을, 그 대상자체를
위해서 무관심적(disinterested)으로, 공감적(sympathetic)으로, 주목(attention)하고 관조(contemplation)하는
것이다”11) 하였다. 감상은 이러한 미적 태도에 의한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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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만약 습관이 없다면 모든 삶은 아마 최고도로 미적일
것이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 예술이나 어떤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12) 하였다. 삶이 미적(美的)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적 태도를 저해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게 되고 아울려 부득이 추해진 정서를 아름다운 미적 태도로 환원시키기 위하여
미적 구성 법칙을 통한 창작행위가 절대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기술의 요구는 삶에 있어서, 예술작품의 창작에서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그림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 기술적인 것이 반드시 작품 안에 침전되어 있다. 감상은 이러한 것을 감상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① 진위감정 중심의 감상
올바른 감상태도는 오직 작품 그것에 관계된 모든 것들이다. 어떠한 질문도 할 필요가 없다. 그 작품에 대한 내용이나 진위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없다. 작품이 감상자에게 시사하는 바 그 조형적 언어를 청취하려고 하면 된다.
공감은 사랑과 같다. 그림이 그 자체로 고분고분 받아드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상대의 흠집을 내기 전 까지는 마치 결혼직전
여인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처럼 작품의 진위와 관계없이 감상태도 그 본연의 것을 가지려는 마음이다. 릴케(Rainer Maria
Rilke)가 “작품이란 자기 자신을 완성한 길이다....추하고 야만스러운 인간답지 않는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말하자면 자신이
성장함으로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하나의 장해를 넘기도, 한 계단, 한 계단 쌓아 올려가서 최후의 자기
자신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13) 고 말한 것처럼 다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듯이 조용히, 그리고 명석하게 바라보면
된다. 화가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노정시켜놓은 것이기 때문에 감상자도 그에 따라 그의 속으로 진입하여 한 화가가 어떻게 밖으로의
자기 확장이 아니라 안으로의 자기완성을 기하였는가?
12) Jerom Stolnitz 저, 오병남 역『미학과 비평철학』p50, 이론과 실천,
1995.
13) 릴케(Rainer Maria Rilke) 저 김 향 역,『르네상스 미슐여행』,p46~48, 가람기획, 2001.
14) 죤 퍼먼(John Farman) 저, 김재연 역,『가까이 두고싶은 서양미술이야기』,p9, 북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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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숙의 장소까지 가는 것이다. 감정의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 따라서 미술사가들이 건축을 무용으로 보고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감정가들이 지껄이는 말은
진정 화가의 내면세계에 관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죤 퍼먼(John Farman)이 “예술이란 단 사기일 뿐이야! 세상에 큰일이라도 해준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비평가나 상아탑
속의 지식인들이 부추겨서 띄워주는 예술가라 불리는 놈들이 대중을 속이고 있는 거야”14) 이 말에서 그 그림은 정말 누가 그린
그림인가? 그 진위파악 외에도 화가 자신이 얼마만큼의 진실을 표현하였는가? 그 진실에 대한 진위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조품이냐? 진품이냐? 현실적인 문제 이전의 것으로 이미지 표현의 진실에 대한 감상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② 가치 중심의 감상
가치평가(eval!uation)는 작품이 아름다운 작품인가? 아닌가? 이 작품은 아름답다, 저 작품보다는 이 작품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감상행위에 있어서 반드시 취하게 되는 미적 태도에 관한 것으로 왜 그와 같이 공감하는가? 그 작품은 왜 아름답지 못하다고
말하는가? 등등 사유와 행동의 기초를 이루는 신념과 개념을 검토하려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또한 미적 가치가 있다고 느껴서 현학적(玄學的)
용어로서 좋다든가, 자신의 반응을 이처럼 자신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가? 인정하고 단언하며 가끔은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과장하여
진리라고 생각하는 미적 태도에 대한 검증을 논하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검증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개개인의 나쁜 취미와
좋은 취미에 대한 비평의 근거를 색출해내지 못한다면 검증자체가 이미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감상은 미적 태도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미적 태도는 바로 유행에 편승하여 잠시나마 명예와 돈을 얻기 위한 추한 모습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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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미를 배양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요구 조건이다.
이유야 어떻든 인간적인 향수를 위한 것이다. 미적으로 만족스러움을 통하여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형성으로 삶을 가치화(valuing)하려는
감상 태도가 곧 미적 태도의 하나이다.
인간은 생활이라는 것을 통하여 언제나 비판하고 판단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판과 판단 그것이 삶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활 주변의 것들을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여 즐기면 되는데 되지도 않는 이론을 전개하며 재잘거리고 흠잡으며 그것의 정확한 가치기준을
마련하여 평가하려고 한다.
즐긴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닫는 것은 피해를 주지 않는 오락이고 즐거웠던 것을 즐기도록 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감상가치가
다른 사람과 불일치로 한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이 취소당하여 그 작품에 대한 주목성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대단히 세련된 지성미가 없으면 개개인의 미적 독단주의(aesthetic dogmatist)로 빠지게 되어 감상의 본질을
놓치고 말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그림을 상품가치로만 보는 시각이 언젠가부터 생기기 시작하였다. 사실 상품적 가치는 그 다음의 것이다. 먼저
미적 태도에 의한 감상 가치가 있을 때 상품 가치는 은연 중 상승되는 것이다. 진실로 좋은 것은 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어떠한
가치라도, 전체적인 생활방식까지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진실로 지속적으로 좋은 것일 때 비로소
상품가치를 형성한다. 상품으로써 가치야 어떠하든지 진실로 좋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첩경이며 상품가치형성의
근본이다.
15) N, 하르트만 저, 원배 역『미학』,p348, 을유문화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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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트만은 “미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려면......도덕적 가치를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덕적 가치와도 특수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5) 하였다. 그에 의하면 미적 가치는 도덕적 가치로써 아직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 대상과 그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였다. 도덕적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활동이나 태도와
심정과 관계되어 있고, 평가대상으로써 사물의 가치는 좋은 것으로써 재가치(財價値)로 분류하여 말하고 있다. 복잡한 그의 이론을 간단히
말하면 대상의 가치는 재물로써 가치인데 이 가치는 그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의 인격에 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심미적 태도로 미적
가치를 결정하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가치가 형성되든지 반드시 가치변동의 모순이 생긴다. 이미 평가되었던 가치에 대하여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결과에 대한 특정인의 호소가 오히려 도덕적 통제로 인한 불합리성을 배양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가치형성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잿더미로 변할 수도 있다. 설령 성공적으로 가치형성을 돕는 일이 작품에 내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결점이나 흠을
잡아낼 소지는 언제나 있다. 감상활동자체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규칙이 있거나 금기로 되어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적 가치평가는 다음의 미적 가치평가에 많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상품가치로써 감상은 언제나 모순을 가져온다. 금값이
언제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림 값도 그와 같은 가치선택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의 감상은
미적 완결성의 결과를 보면 된다. 비평적 기도나 상품가치로써 감상자의 자신을 조절하려는 것은 작품에 대한 자기 충족적 만족을
얻는 것과 별개문제이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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