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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선규-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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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Document
그림의 현대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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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 Kyu
글 : 박선규 / 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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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대학원 ( 미술학 석사 ), • 대만
문화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석사 , 미학전공 ),
• 대만 동해대학교 철학연구소 ( 문학박사 , 미학전공 )
• 전 ) 중등학교 교직 경력 13 년 , 대학 및 대학원 경력 15 년 , 대만 동해대학교 겸임교수 2 년
•
현 ) 사단법인 한국미술창작협회 이사장 , 의재정통유화연구원 지도교수
• 논문 : 易學與樂記中美學原理探究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論 ( 중국 문화월간 ),
藝術與創造定律 ( 중국 대만성 교육청 문화논문집 ), 예술과감정
( 한국 정신문화원 계간 논문집 ) 외
美學 . 예술철학 . 조형론 . 기교론 . 평론 . 감상에 관한 논문
다수
• 저서 : “繪畵思想與造形理論” ( 中文 ) “道思想과 繪畵世界” “美學이란 (1) ” “사색의 모델”
“이 시대를 바르게 살아가는 길” “현대미술도 예술인가”, “예술과 창작” “예술이냐 외설이냐”
“산수화와 그정신” “산수화의 조경이론” “문부와 그 미학” “공자는 안 죽어”,
“석도는 그림을 이렇게 그리라
하였다” “멍청한 심사와 응모작품” “제멋대로 ( 隨意 ) ”
“미학이란 (2) “ ”람상 1 “ ”람상 2
“ ”람상 3 “ 등 19 권
• 작품활동 : 유화 . 수채화 개인전 11 회 단체전 다수 출품 , 유화 50
인 초대전 출품 ,
아시아수채화연맹전 출품 , 맥시코 수채화비엔날레 출품 ,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2001 년 제 26 회 한국수채화협회전 출품 , Fine Art Communication
협회 일본 동경전 출품
• 수상경력 : 교육공로상 3 회 수상 , 공모전 유화부문 3 회 수상 , 서예부문 2
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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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학무상사, 이진위사 (學無常師, 以眞無師)
216. 그림의 의의(意義)
217. 서화동원(西畵同源)
218. 상(象)과 상(像)
219. 화론육법(畵論六法)
1). 기운생동(氣韻生動)
2). 골법용필(骨法用筆)
3). 응물상형(應物象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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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류부채(隨類賦彩)
5). 경영위치(經營位置)
6). 전모이사(傳模移寫)
220. 고개지(顧愷之), 육탐미(陸探微),장승요(張僧繇), 오도현(吳道玄)의
용필(用筆)
221. 수기신(守其神), 전기일(專其一)
222. 의재필선(意在筆先)
223.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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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아취(雅趣)
1). 우아(優雅)
2). 단아(端雅)
3). 전아(典雅)
4). 청아(淸雅)
5). 준아(俊雅)
6). 한아(閒雅)
7). 담아(淡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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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학무상사, 이진위사(學無常師, 以眞爲師)
『노자(老子)』에 상도(常道)와 진상도(眞常道)라는 말이 있다. 상도(常道)는 인문 문화적인 것으로 누구나 집을 짓고 기거해야 하고,
하루 세끼 식사를 해야 하며, 사람과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 반드시 공공질서를 지켜야 하는 도덕 같은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자연의 이치로부터 성문화한 인륜 도덕적인 것으로 아버지는 의리를(부의-父義), 어머니는 자애를(모자-母慈), 형은 우애를(형우-兄友),
동생은 공손함을(제공-弟恭), 자식들은 효도를(자효-子孝), 또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인 오상지도(五常之道)를 말한다.
진상도(眞常道)는 그러한 인문 문화가 생기게 된 형이상학적 원리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천지지심(天地之心), 조화지본(造化之本)을
말한다.『열자(列子)』에 “한 번 생긴 것은 또 다시 생기지 않을 수 없고, 변화하는 것은 또한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항상 생기고 항상 변화한다. 항상 생기고 항상 변하는 것은 생기지 않는 때가 없고 변하지 않는 때가 없다(生者不能不生,化者不能不化.故常生常化.
常生常化者, 無時不生, 無時不化)” 하였다.
“변화(變化)”할 때의 “변(變)”은 하늘의 작용으로서 건도(乾도), “화(化)”는 땅의 작용으로서 곤도(坤道), 그리고 이것에
의한 생성(生成)을 변화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상생(常生) 상화(常化)로서 “진상도(眞常道)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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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형이하학적인 시각에서 말하면 “사람“은 진상도에 해당되고, 명명된 “모모인으로서
사람“은 상도에 해당된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다. “김모인“이라는 사람은 사람 가운데 지칭되는 개체적 성격을 띤 사람으로서
자연인에서 형이하학의 세계로 한 발 후퇴된 상태이다. 이러한 사람은 사람마다 이름이 다르듯이 새로 태어난 사람의 이름은 죽어간 사람의
이름이 아니고 언제나 변한다. 따라서 상도에 해당 되는 개체이다. 그림 공부를 하는데 상도(常道)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언제나 변함없이
본받을 수 있는 스승은 없다(學無常師). 그러므로 진상도(眞常道)를 본받을 법으로 하라(以眞爲師)고 당(唐)나라 백거이(白居易-白樂天)는
말했다. 그의 『화기(畵記)』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하늘과 한 마음이 되는 경지를 얻어서 그것을 심술(心術)로 하고, 그러한
행위를 쌓아서 예술 가운데서도 최상의 것인 회화에 남김없이 발휘하라. 그림을 그리는 데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절대적 법은
상도(常道)에 없다. 진상도(眞常道)를 법으로 정성을 다하여 정진(精進)하라. 그러면 표현하려는 메시지를 정하고 그 표현을 위한
묘사는 때때로 신(神)의 경지와 하나가 되어 신품(神品)을 창작할 수 있다” 하였다. 이 때 묘사된 형상은 진솔한 것으로서 원만하고,
표현된 내용은 신(神)과 융화(融和)되어 완전한 것이 된다. 운필(運筆)의 정교함은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남고, 화가의 정신세계는
엄연한 법도가 있게 되므로 속인들의 범상한 그림과 다르게 된다. |
216.
그림의 의의(意義)
당(唐)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서론(歷代名畵記序論)』에 “그림이란 몽매한 인간을 교화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하고,
인륜 즉 부모와 자식,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 어른과 아이 등의 확연한 구분으로 삶의 질서를 정립케 하며, 자연의 신묘한 변화현상을
궁구(窮究)하고,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탐색하여 표현됨이 천지 동서남북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로 자연사물이 생성하는 현상과 같다.
그림이란 자연의 운행이치와 함께하여 천연적으로 창조(그려지는 것)되는 것이다.
결코 개개인들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하여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의 성왕(聖王)들은 하늘의 명을 받아서 영험한
구자(龜字)를 창제하였고, 하도낙서(河圖洛書)를 본받아 선천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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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도의 도상(주역의 64괘의 상)을 그렸다........ 또한 자연현상을 참고로
하여 고문(古文), 기자(奇字), 전서(篆書), 좌서(佐書), 무전(繆篆), 조서(鳥書) 등의 6서(六書-여기서 말한 六書는 글자
창제의 근원적인 시각에서 본 六書이고, 漢字 구성상에서 본 六書는 象形, 假借, 諧聲, 轉注, 會意, 指事이며, 書體로서 六書는
大篆, 小篆, 隸書, 八分, 草書, 行書이다)를 창제하였다. 따라서 그림은 곧 천지 성인의 뜻(天地聖人之意)이다....... 그리고
그림의 시초로서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은 세 가지의 의의(意義)를 띠고 있는데 첫째, 도리(圖理)로서 그러한 형상의 64괘가
그려지게 된 그 이치가 있고 둘째, 도식(圖識)으로서 자학적(字學的)인 것이며 셋째, 도형(圖形)으로서 회화적인 것이다. 육서(六書)의
하나인 ‘형상(形象)’이 바로 그림이다. |
박선규 作 <여인의 아취(雅趣)> 90.9 x 72.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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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문 (224)에서 말한 그러한 아취를 몸에 지니고자 한다. 특히 미모에 민감한 여성은 더욱 그러하다.단아한 모습, 우아한
모습, 청아하고 담아한 모습, 전아하고 한아한 모습 가운데 그 어느것 하나라도 자신의 인품에 끼고 있기를 바란다.그러나 그러한
모습은 마음대로 구비할 수 있는 풍격(風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마음을 비우는 일" 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마음은 그냥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비울 수 있는 필수조건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은 창작행위를 접근방법으로 했을때
보다 쉽게 이룰 수 있다.
그림에서는 어떤 구성원리와 응용으로 가능한가? 화성(畵聖)들의 논술에 따르면 즉 간결에 있가 한다. 간결하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비유하면 거짓없는 진솔한 삶 같은 것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군더더기가 한도 없고, 오직 이미지 표현에 가장 적절한
소재들만 간단하고 깨끗하게 묘사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소재들은 표현하려는 이미지 그 이상 다른 어떤것이 표현되지 않도록
전일(專一, 한경같은 마음)한 창작태도일 때 가능하다 한다.
본 작품은 아름다운 아취를 한 몸에 지닌 여인의 표현을 시도항 것이다. 그림 자체도
아취 있는 그림일 때 창작(創作)의 의의를 다하는 것이다. 추(醜)하다거나 괴로운 것들은 굳이 표현하여 아물어 가는 관객들의
상처를 건드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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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서예와 그림은 비록 그 명칭이 다르지만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
한다...... 그림은 자연의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 인문 문화를 넓히는 것이다. 역시 자연형상을 깊게 궁구하였으므로 이로부터 예악(禮樂)의
도덕규범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백성을 교화하는 일이 흥행하였다. 그러므로 삼가 천하를 다스릴 능력을 얻어 빛나는 인문문화를 펼쳐갈
충분한 학문과 예술이 또한 구비되었다. 『광아(廣雅)』에 ‘그림이란 자연현상의 여러 가지를 분류해 놓은 것’, 『이아(爾雅)』에는
‘그림이란 형태이다’, 『설문(說文)』에는 ‘그림이란 밭갈이 해놓은 것처럼 구획 지워놓은 것’, 『석명(釋名)』에는 ‘자연사물의
모든 것을 채색하여 걸어놓은 물상(物象)이다. 그림은 이와 같이 그러한 것들을 표현한 내용 및 고대 그 작가들의 자연에 대한 시각을
또한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림을 볼 때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으면 안 된다. 한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언행을
보는 것만 못하다. 고대 성현(聖賢)들의 그림 그리는 도리는 그 화폭에 찬란히 빛난다. 어찌 공부하지 않고 유행만을 추종하는 그러한
부류와 함께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부를 좀 했다는 사람도 이러한 말을 들으면 고대 성현들의 화법(畵法)을 비웃으며 오히려
그것을 비방하여 욕되게 할 뿐만 아니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소귀에 경 읽기와 무엇이 다르랴!” 하였다. 217.서화동원(書畵同源)
서화동원설(書畵同源說)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아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여러 화가들의 이에 대한 이론을 보면 즉, “216.
그림의 의의”에서 말한 당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서론(歷代名畵記序論)』에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에는 ‘도리(圖理),
도식(圖識), 도상(圖象)적인 것이 있는데 자학(字學)으로 문자와 관계되어있는 것과 그림으로 도상과 관계되어있는 것이 괘상과
함께 상(像)으로서 그 최초 출발이 같기 때문에 서화동원이라 한다” 하였다
.송(宋 )나라 조희곡(趙希鵠)의 『통천청록집고화변(洞天淸祿集古畵辨)』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반드시 그림을 잘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반드시 글씨를 잘 쓴다. 그림과 글씨는 사실상 한 가지 일이다(善書必能善畵, 善畵必能書, 書畵其實一事爾)”
하였다. 명(明)나라 송 렴(宋 濂)의 『화원(畵原)』에는 “글씨와 그림은 그 길이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최초는 일치하였다(書與畵非異道,
其初一致)”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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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당 인(唐 寅)의『육여론화(六如論畵)』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해서를
쓰는 것과 같다.천취를 표현하는 것은 초서로서 성인의 경지에 오른 초성(草聖)의 초서와 같다. 글씨나 그림은 붓을 잡고 휘두르는
그 영묘(靈妙)함에 불과하다. 세상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으로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많다. 붓을 잡고 휘두르는 용필법이 유창(流暢)하여
막힘이 없기 때문이다(工畵如楷書, 寫意如草聖, 不過執筆轉腕靈妙耳. 世之善書者多善畵, 由其轉腕用筆之不滯也)” 하였다.
명나라 하양준(何良俊)의 『사우재화론(四友齋畵論)』에는 “그림과 글씨는 본래 같은 근원에서 출발하였다. 그림은 육서(六書)의 하나이다.
소위 형상이라는 것이다” 하였다.
『우서(虞書)』에는 “사물이 그 자체에 알맞은 색채를 띠고 나타나는 것 그 자체가 그림의 시작이다. 글씨도 이러한 사물로부터 출발하였기에
서화의 근원이 하나라는 것이다” 하였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용필법(用筆法)이 같고, 그 근원이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예술의 근원은 같다. 자연현상의
“상(象)”을 “상(像)”으로 다시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8. 상(象)과 상(像)
“상(象)”과 “상(像)“의 의미는 다르다. 전자의 상(象)은 자연사물이 자생하는 원리(음양의 조화 즉 도)에 의하여 생긴 자연사물의
모습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하늘, 산, 여러 가지 나무, 다양한 동물, 서로 얼굴이 다른 사람 등이다. 그러나 후자의 상(像)은
자연사물의 형상성을 자연사물이 본래 생기게 된 원리에 따라서 사람들이 인문화한 그림으로서 도상(圖像)을 말한다. 따라서 상(象)은
자연사물의 형태성이고, 상(像)은 자연사물의 형태성에 근거하여 재창조한 사물의 형태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집을 그렇게 짓고,
생활용품을 또한 그렇게 만들며, 교화(敎化)의 도구로서 글자를 그렇게 창제하고, 그림을 그렇게 그리는 것 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림이나 글씨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결국 그러한 자연형상으로서 상(象)을 『주역(周易)』의 괘상에 내포된
도리(圖理), 도식(圖識), 도상(圖象)처럼 자연사물에 내재한 모든 것의 재창조로서 도상화(圖像化)하였다는 것이다. 결코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대로 재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219.
화론육법(畵論六法)
당(唐)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서론(歷代名畵記序論)』에 육법화론(六法畵論)에 대하여 논한바 있다. 옛날 사혁(謝赫-南齊시대
인물화의 명인)이 말한 것으로 1.기운생동(氣韻生動) 2.골법용필(骨法用筆) 3.응물상형(應物象形) 4.수류부채(隨類賦彩) 5.경영위치(經營位置)
6.전모이사(傳摸移寫)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화론육법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아는 바이다. 그런데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역사
이래로 이 여섯 가지 화법을 제대로 준수하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장언원(張彦遠)은 “옛날 화가들은
묘사력과 골기(骨氣)를 표현하는데 탁월했고, 자기 개인감정보다도 사물의 진솔한 형상(形象)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유행을 추종하는
일반적인 화가들이 할 수 있는 화법으로서 도달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화가들은 겉모양만 같게 표현할 뿐 기운(氣韻)이 없다.
그림에서 기운(氣韻)을 추구하려면 ‘사물의 진솔한 형상(形象)을 묘사하면 된다. 상고(上古)시대 그림은 필적은 간결하였고, 표현하려는
이미지는 맑았으며, 그리고 그림은 그러므로 우아하고 단아하였다. 예를 들면 고개지(顧愷之-진나라시대 화가)와 육탐미(陸探微-南宋시대
화가) 등의 화가들이 이에 속한다.
중고(中古)시대의 그림은 필치가 세밀하고 정교하여 수려함의 극치에 이르렀다. 전자건(展子虔-수나라 화가)과 정건(鄭虔-당나라 산수화가)
등의 그림이 그러하다. 근대(近代) 화가들의 그림은 비록 찬란하나 위에서 말한 그러한 것을 구비하지 못하였고, 오늘날의 화가들 그림은
착종(錯綜)현상의 무질서로 난잡하고 이미지가 매우 빈약하다. 이것이 오늘날 일반적인 화가들의 묘사능력이고 표현양식이다........
고개지(顧愷之)는 ‘인물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은 산수화이며, 동물과 정물이 가장 쉽다. 인물화는 반드시 생동(生動)하는
형상을 갖추어서 신운(神韻)이 그 후에 완전히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운(氣韻)이 없으면 불필요하게 사물의 겉모양만
같게 하는 수고만 있고, 필력은 굳세지 못하여 채색만 잘해 놓은 것 같아서 그림으로서 그 오묘함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하였다.......
한비자(韓非子)는 ‘개나 말을 그리기가 어렵고 귀신을 그리기는 쉽다. 즉, 그림에서 구도가 그 그림의 성패를 좌우하는 총체적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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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지나 육탐미 이래 좋은 그림을 보기 어려운데 그 후 오도현(吳道玄-당나라 화성)만이
육법(六法)을 겸비하여 만상(萬象)을 묘사하고 표현하는데 못다 함이 없고, 그의 손은 신인(神人)의 손이므로 조화(造化)의 극치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기운(氣韻)이 웅장하였다. 어찌 겉치레만 하는 화가들과 비교할 수 있는가?’ 하였다. 육법화론(六法畵論)을
구체적으로 논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운생동(氣韻生動)
“기(氣)”는 본래 물체는 삼태(物體三態)가 있는데 1.기태(氣態) 2.질태(質態) 3.형태(形態)이다. 이 가운데 기태(氣態)는
고체가 아니고 액체로서 스스로 마치 전파처럼 발산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기, 운기(雲氣), 연기, 증기, 노을 같은 것으로
어떤 형상이 없고, 그 분자는 극히 유동적이며, 상호 충돌하면 용이하게 반발하거나 팽창하며 비산(飛散)한다. 『좌씨(左氏)』에는
천지간의 자연현상으로서 여섯 가지 기(氣)가 있는데 음(陰), 양(陽), 풍(風), 우(雨), 회(晦), 명(明)을 말한다. 『사기(史記)』에는
신기루(蜃氣樓), 『맹자(孟子)』에는 생명체의 활동력, 『관자(管子)』에는 충기(充氣), 『주역(周易)』에는 만물이 생기고 자라게
하는 근본의 힘으로서 기가 모이면 살고, 기가 흩어지면 죽게 되는 원기(元氣)이다. 『상서(尙書)』에는 비는 나무의 기이다(雨,
木氣也). 이 목기는 봄이 되면 비로소 생기는데 그러므로 목기는 비(雨)이다. 또한 추한 냄새나 향기로운 냄새, 『문자(文子)』에는
기라는 것은 생성의 원기이다(氣者, 生之元也). 하였다. 간단히 요약하면 모든 사물에 존재하게 되는 3요소의 하나로서 형태유지의
원동력 같은 것이다. 『주역(周易)』에서 기가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聚則生,散則死), 바꿔 말하면 죽음이란 기가 흩어지는
것이고, 살았다는 것은 기가 모여 있다는 것이다. “운(韻)”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순한 ‘메아리’가 아니다. 『육서고(六書故)』에
음향이 서로 상응하는 것으로 모든 시(詩)에는 반드시 운(韻)이 있어야하고 글씨도 또한 운(韻)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서운(書韻)이라
한다. 『구준추일원상시(寇準秋日原上詩)』에는 시냇물소리는 가야금 여운을 미혹케 하고, 광야의 빛은 가을 정취와 하나로구나(溪聲迷竹韻,
野色混秋光). 『문선(文選)』에는 운이 짧으면 좋은 글이 아니다(短韻, 小文也). 『정운(正韻)』에는 기운풍도(氣韻風度)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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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설신어(世設新語)에는 풍아(風雅)라 하였다 . 이 외에
취향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요약하면 모든 사물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기(氣)의 취향성이 일종의 ‘메아리’로서 시공간의 변화에 따른
기의 현상을 반향(反響)하는 것이다.
남제(南齊)시대 사혁(謝赫)의 “육법화론(六法畵論)”에서도 위와 같은 의미로서 그 화론을 피력하였지만 기운(氣韻)은 문장의
풍골(風骨)과 서화의 의경(意境)을 표현하는데 최선의 것이기 때문에 문장가나 서예가 또는 화가들의 화법(畵法)으로서 기운(氣韻)을
극칙(極則)으로 삼았다 한다.
『문슬신어 』에 “문장은 기운을 첫째로 한다. 기운이 부족하면 비록시가와 문장으로서 형식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文章以氣爲主, 氣韻不足, 雖有詞藻, 要非佳作)” 하였다. 『사해(辭海)』에는 “문장 서화에 속하는 예술에서 매번
담담한 마음으로 붓을 들기 때문에 기운이 생동하고 그 흐름이 유창하여 기운이 넘쳐흐름을 보게 되는데, 사물의 진실함을 추구할
수 없는 이유는 기운(氣韻)이라 말할 수 있다(文章書畵之屬, 每遇淡淡着筆而生氣流暢, 韻味?然, 不可以跡象求者, 蓋謂之氣韻)”
하였다.
2). 골법용필(骨法用筆)
“골법(骨法)”은 골격을 말한다. 『사기(史記)』에 “문장서화의 귀천은 골법에 있다(貴賤在於骨法)” 하였다. 『구양수 시(歐陽修
詩)』에 “말의 모양은 닮았지만 껍질은 닮지 않았다. 비록 수척한 말을 그렸지만 골법은 기이하다(相.馬不相皮, 瘦馬雖瘦骨法奇)”
하였다. 『당회요(唐會要)』에는 “당태종(唐太宗)이 항상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옛 사람들의 작품을 볼 때 그 형세를 어떻게
표현하였는가를 배으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 오직 그 골법을 추구하는데 전념하였다(唐太宗嘗謂群臣曰,
吾臨古人書, 殊不學其形勢, 唯在求其骨法)” 하였다.
골법(骨法)이란 간단히 말하면 서화가의 중요한 창작이론의 전문용어로서 작품의 필기(筆氣)와 필력(筆力)을 말한다. 어떤 형상을
통하여 이미지를 표현할 때의 기초로서 필기(筆氣)와 필력(筆力)이다. 예를 들면 인체를 그릴 때 그 인체를 이루는 골격으로서
‘뼈’를 느낄 수 있도록 그려야 하는데 이것의 표현은 오직 필기(筆氣)와 필력(筆力)에 있다. 따라서 붓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운필(運筆) 방법도 중요하지만 운필(運筆)의 숙련(熟練)이 아니면 필기와 필력을 얻을 수 없다. 기숙생리(技熟生理-기교가 능숙하면
거기에서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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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법이 생긴다)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최상의 골법”을 터득할 수 있다.
3). 응물상형(應物象形)
“이물감물(以物感物)”이라는 말이 있다. 즉 사물을 사물로서 감응(感應)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응물상형”의 ‘응(應)’은
『설문(說文)』에 응당(應當)하다. 『사기(史記)』에 종시상응(終始相應) 즉 끝과 시작이 서로 응당하여 상응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상응(相應). 『국어(國語)』에는 받아드리다. 상황을 그대로 받아드리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사무불응(事無不應)
즉 일은 응당하지 않음이 없다는 뜻으로서 당연함, 또는 사물은 서로 응답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상응 . 응이불장(應而不藏) 응대(應對)하나
감추지 않는다 로서 있는 그대로 감응한다는 의미.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응답(應答), 화답(和答), 『주역(周易)』에는
동성상응(同聲相應)으로 어미 소가 우니 송아지가 이에 상응하여 따라 운다는 것으로 서 상응. 이 외에 승낙하다, 조화의 의미가
있다. 응(應)의 이러한 의미에 따라 그 진의를 보면『사기(史記)』의 응물변화(應物變化-사물의 변화현상대로 받아드린다), 『장자(莊子)의
응물무방(應物無方-사물의 진실을 받아드릴 때 어떤 방법이나 향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서(晉書)』의 허기응물(虛己應物-감응자의
마음을 비우고 사물에 응대한다) 등의 형이상학적 의미이다. 간단히 말하면 거울과 같은 마음으로 사물의 모든 것을 감응하라는 것이다.
거울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거울이 자기 마음대로 비쳐주지 않는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본 모습 그대로 비쳐줄
뿐이다. 과장하거나 축소 등 그 진실을 왜곡하여 반영하지 않는다. 화가들도 이처럼 표현대상을 관조할 때 그 사물의 진실을 단
하나도 왜곡됨이 없도록 그대로 받아드려야(感應) 한다는 것이다.
본문 <218>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형(象形)”은 도상(圖像)과 다른 의미이다. 전자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생긴
자연 사물들의 형태성을 말하고, 후자의 도상은 그러한 자연사물 개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각에서 본 그 진실성을 다시 시각화한
‘그림’으로서 형상성을 말한다. ‘상(象)’과 ‘상(像)’은 이처럼 ‘자연’과 ‘인위(人爲)’라는 차이가 있다. 혼동하여 받아들이면
안된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이를 혼동하여 상형(象形)을 자기 마음대로 왜곡하여 받아드리고 또한 자기감정에 따라 편화(deformation)함으로서
이것이 마치 개성 있는 그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도상(圖像)은 상형(象形)의 진실을 마치 거울처럼 받아드리고 반영(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응물상형(應物象形)’의 본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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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류부채(隨類賦彩)
표현대상의 종류에 따라서 색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류(隨類)’의 의미도 위의 ‘응(應)’과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적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광운(廣韻)』에 추종하다(從), 『서경(書經)』에 행동이 사리에 좇아서의 행순(行順)으로 순(循),
『사기(史記)』에 순종의 순(順), 이 외에 따르는 자, 찾다, 사리에 머무르다, 사리에 따른 행위, 사리에 따라 맡은 업무 등의
의미가 있다. ‘절대적 순응’의 의미도 있다.
표현대상은 말 그대로 만물(무수하다)이다. 그 많은 대상물이 또한 시기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 까지 포함하면 그 수효는
이루 말할 수 없도록 많다. 이러한 다양성을 지닌 표현대상은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채색은 하늘은 반드시
하늘 색(sky blue)으로 채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기(時機)에 상응하는 채색방법을 선택, 그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봄의 물빛은 비취색으로 변한다. 여름의 물빛은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가을의 물색은 파랑색으로 변한다. 겨울의 물색은
검은 색으로 변한다. 화가의 감정대로 이러한 진실을 외면한 채 채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5).
경영위치(經營位置)
‘경영(經營)’은 매너지먼트(management)의 단순한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經)’은 본래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성문화한 법이라는 뜻으로 자연의 사리를 뜻한다. 즉 자연의 이치에 적중하는 중궁(中宮)적 운영을 뜻한다.
‘위치(位置)’도 단순히 놓인 어느 지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역(周易)』에 군자의 생각은 그 사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君子思不出其位),
그림 즉 64괘상의 음효(陰爻)와 양효(陽爻)가 그러한 위치에 배치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이치에 따라서 그려진 괘상(掛象)의
그림, 『중용(中庸)』에 본바탕(素), 『주례(周禮)』에 바름(正), 『후한서(後漢書)』에 순서, 차례, 『논형(論衡)』에 방향
등의 의미이다. 따라서 ‘위치(位置)’라는 말의 의미는 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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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周易)의 64괘상이 자연의 절대적 이치에 따라 그려진 것처럼 구도설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길을 그릴 때 그 길의 입구와 출구가 구별되고 그러한 위치에 길을 그려야하는 필수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냇물을 그리거나 폭포수 또는 한 그루의 나무, 한 점의 구름, 돌 한 덩이, 꽃 한 송이를 그러한 위치에 배치하여
그릴 때 그 위치가 바르게 되어야 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 것으로서 필요조건과 충족조건이 수반되도록 배치위치를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6). 전모이사(傳模移寫)
“전모이사(傳摸移寫)”의 ‘전(傳)’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계통을 받아 전수한다는 의미로 단순히 외모만 모사한다는 것이 아니다.
전수(傳授)한다는 것보다 훨씬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좌씨춘추(左氏春秋)』에 역사(驛舍)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는데 ‘사람이
숨이 멈출 때까지 달려가고, 다시 다음 사람이 전달받아 또 그처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하였다. 『논형(論衡)』에는 성인이 경서를
저술하고 현인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전수(傳授)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정운(正韻)』에는 사실을 사실대로 유포한다, 『장자(莊子)』에는
계속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이 외에도 연장한다, 통한다, 옮긴다, 보낸다, 끌어낸다, 사실을 놓치지 않도록 잡는다, 본래의
경지에 도달한다, 사리대로 심는다 등의 뜻으로도 사용하였다. 따라서 ‘전모(傳摸)’는 화가가 자기 멋대로 외모만을 왜곡하여 모사하는
의미로서의 ‘전수(傳授)’라는 단순의미가 아니다. 표현대상의 본질적인 진실이 있는 그대로 전수하는 모사여야 함을 말한 것이다.
그리하여 전모(傳摸)한 것을 다시 옮겨 묘사하는 것이 “전모이사(傳摸移寫)”의 참 뜻이다.
이와 같은 화론육법(畵論六法)은 후대에 와서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기운(氣韻)을 기운(氣運)으로, 생동(生動)을 정영(精靈)으로,
응물상형(應物象形)의 상형(象形)을 사형(寫形)으로, 수류부채(隨類賦彩)의 부채(賦彩)를 부채(敷彩)로, 전모이사(傳摸移寫)를
전이모사(傳移模寫)로 쓰기도 하였다. |
220.
고개지(顧愷之), 육탐미(陸探微), 장승요(張僧繇),
오도현(吳道玄)의
용필(用筆)
당(唐고)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서론(歷代名畵記緖論)』에 이 화가들의 용필의 경지에 대한 논평의 글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고개지(顧愷之)는 진(晉)나라 사람으로 화성(畵聖)이라 말하는 화가이다. 그의 필력은 긴장되어있음이 인체의 혈맥처럼
그림 안에 면면히 이어져 있고, 마치 건강한 사람의 혈액순환처럼 기운이 순환하며, 조화를 이루는 그 풍격은 아주 편안하다. 그가
표현하려는 이미지로서 의취(意趣)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여 이미지가 질풍처럼 표현되어 신기(神氣)가
완전히 드러나 있다.
육탐미(陸探微)는 송(宋)나라시대 최고의 명성을 얻은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마치 초서의 점획이 면면히 이어져 있는 것처럼 필력이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는 글씨나 그림의 필법이 같다는 것을 아는 작가이다. 그의 그림은 정교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윤택하여 대단히 아름답다. 신기한 필법이 절묘하여 당대 그와 비교할만한 작가가 없다는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장승요(張僧繇)는 양(梁)나라시대 한 점 한 획을 각각 다른 천연(天然)의 기교로 묘사한 화가이다. 그의 필치는 날카로워 삼엄함의
극치를 이루었다.
오도현(吳道玄)은 당(唐)나라시대 역시 화성이라 칭송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고금을 통하여 독보적이었고, 고개지(顧愷之)나
오도현(吳道玄)을 능가할 화가가 없다고 할 만큼 칭송한 화성(畵聖)이다. 그의 그림은 신(神)이 하늘의 조화(造化)현상을 표현한
것 같다. 영묘(英妙)하고 신령(神靈)스러움의 극치를 이룬 화가이다.
이들 네 사람의 그림은 『장자(莊子』에 ‘소를 잡는데 서툰 백정은 칼을 자주 교체하지만 포정 이라는 백정은 뼈와 살 사이 그리고
육질에 따라 칼질을 하기 때문에 칼 하나로 수 천 마리의 소를 잡아도 칼은 금방 숫돌에 갈아놓은 것처럼 칼날이 서 있다.’ 의
고사(故事)와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천취(天趣)는 어김없이 표현되었다. 필력이 없으면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천취(天趣)의 신묘(神妙)함을 지키고, 오로지 그것의 표현에만 전념하여 그린 그림은 살아있는 것이다“ 하였다.
221. 수기신(守其神), 전기일(專其一)
이 말도 중국회화사상 유명하다. 이것 역시 당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서론(歷代名畵記緖論)』에서 나온 말이다. 위(220
하단)에서 말한 것처럼 “천취(天趣)의 신묘(神妙)함을 지키고, 오직 그러한 천취를 표현하는데 전념하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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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묘(神妙)함이란 자연의 이치로 사물이 생성하는 자체가 불가사의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 송이의 장미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신비(神秘)함이 있다. 독수리가 창공을 비상하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모든 생명체들의 번식현상도 불가사의한 것들이다. 이러한 신비함을 의취(意趣)로 할 것을 고수(固守)하고,
그러한 것을 표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운필하면 그 그림이야말로 진정한 그림이 된다. 그러나 명예나 경제적인 것의 외압에 이끌려 운필하면 그 그림은
벽에 흑손으로 더럽게 발라놓은 벽면처럼 되어 전혀 생기 없는 그림이 된다”하였다.
222. 의재필선(意在筆先)
이 말의 출처도 위의 <221>과 같다. 이것도 중국회화 사상 항상 거론되는 창작정신이다.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기
전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 이미지를 먼저 정한 다음 그리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핵심은 ‘의(意)에 있다. 비록 이미지로서
의(意)이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천취(天趣)를 의취(意趣)로 하는 이미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들이 흔히 말하는 “영감이 떠
올랐다” 할 때의 “그 영감”은 과연 어떤 것인가? 막연하게 어떤 대상을 보니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든가, 혹은
그 대상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떤 느낌”이 있어서 붓을 들었다든가 하는 창졸지간의 정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의재필선(意在筆先)’의
본뜻이 아니다. 붓을 들기 전에 떠오른 영감에 대한 감응(感應)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의재필선이다. 즉 표현대상의 어떤 신묘한
점에 대한 나의 감응으로서 의취(意趣-이미지)인가? 정확한 인식을 가진 후에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다.
223. 하늘
<222>에서 “의취(意趣)”에 대하여 말했지만 화가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 소재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소재에 대하여 잘 알 때 그 소재의 어떤 의취(意趣)를 표현내용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화가 자신이 원하는바
어떤 이미지를 확실히, 명료성과 광휘성(光輝性)을 높혀 표현할 수 있다.
하늘에 대하여 알아보면, 하늘은 풍경사진을 촬영할 때 인화되는 그러한 하늘로서 표현은 그림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화가가 하늘을
그리게 된 동기 또는 이유나 목적에 부합된 하늘로서 표현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하늘에 대한 의취를 알아야 하고,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하늘이라는 구체성과 그것의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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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야 한다. 『주역(周易)』에는 하늘의 근원적 작용은 대단히
크다. 만물이 생기게 되는 모든 것이고, 역시 하늘을 관장, 비를 내리게 하여 만물의 유형이 생기고 사라지게 한다. 하늘의 변화무상한
작용에 따라 만물은 각각 그 성명(性命)을 바르게 한다...... 이러한 하늘의 근본적인 작용의 본질은 음(陰)과 양(陽)이다.
동서남북의 방위가 있고, 그 안에서 네 계절이 어김없이 운행되는 것도 또한 하늘의 작용 때문이다, 『상서(尙書)』에는 하늘의 작용으로서
네 계절의 순행이치에 순종하여 정사를 논하고 각종 공예나 직업을 관장해야 한다. 『예기(禮記)』에는 하늘은 넓고 두터우며, 높고
밝으며, 오래되고 중단없는 흐름이 있다. 해와 달, 별과 은하수, 창공과 구름으로 하늘을 상징하며 만물을 덮고 있다. 『논어(論語)』에는
하늘은 아무 말이 없으나 네 계절은 운행되고 그 가운데 만물이 셍긴다. 『노자(老子)』에는 하늘은 하나(一 즉 무극)를 얻어 그처럼
항상 푸르다. 『춘추번로(春秋繁露)』에는 하늘은 열 가지 사물의 발단이 있는데 즉, 하늘, 땅, 음, 양, 수(水), 토(土),
금(金), 목(木), 화(火), 인(人)이다. 『이아(爾雅)』에는 하늘은 궁천(穹天) 즉, 높고 푸르며, 넓고 다함이 없으며, 모든
것을 덮고 있는데 봄 하늘은 창천(蒼天), 여름 하늘은 호천(昊天), 가을 하늘은 민천(旻天), 겨울 하늘은 상천(上天)이라 한다.
『혼천의(渾天儀)에는 하늘은 마치 달걀과 같다. 『황제소문(皇帝素問)』에는 양(陽)의 기운이 쌓인 것이 하늘이다. 『장자(莊子)』에는
하늘은 푸르고 푸른데 그것이 과연 하늘의 본래 색상인가? 그 멀고 먼 것이 끝이 없다. 『신자(申子)』에는 하늘은 사사로운 감정이
없다. 그러므로 항상 바르다. 하늘이 항상 바르기 때문에 청명하다. 『문자(文子)』에는 하늘보다 더 높은 것은 없다. 『태현(太玄)』에는
하늘은 아홉 가지 하늘이 있는데 중천(中天), 선천(羨天), 종천(從天), 경천(更天), 수천(?天), 곽천(廓天), 함천(咸天),
침천(沈天), 성천(成天)이다. 『예통(禮統)』에는 하늘은 원기(元氣)가 이른바 생기는 곳이고 만물의 조종(祖宗)이다.『광아(廣雅)』에는
태초 기(氣)가 비롯되는 것이고, 태초 형태가 비롯되는 것이며, 태초 질이 비롯되는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하늘은 아홉
가지 들(野)이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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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옥순 作 <금강산 집선봉의 일우> 90.9 x 72.7cm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때 무엇을
그릴까? 오직 소재 선택에만 급급(汲汲)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사실 소재 선택이란 화가가 표현 하려는 내용에 부합한 것을 찾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하려는 내용을 표현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소재 그 자체에만 매달려 그것의 묘사에만
전념을 다하는 것도 좀 모자라는 창작행위이다. 그림은 항상 소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내용이 중요하다. 표현내용을 얼마만큼
명료성을 높혀서 이미지 전달을 미적으로 확실히 하였는가? 이로서 그 그림의 성패가 좌우된다.
본 작품은 본문 <223>에서
말한 그 "하늘"의 의취(意趣)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풍경사진에 인화된 그런 하늘이 아니라,
사물의 생성이치와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성 및 그리고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통하여 하늘의 어떤 류(類)의 의취(義趣)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동양 산수화에서 "여백의 공간이 상징하는 하늘" 보다 표현내용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에 내포된 실제 의취(意趣)의 어느 한 부류(部類)만이라도 표현 되였다면 이는 성공적이다. |
즉, 중앙(中央)은 균천(鈞天), 동방(東方)은 창천(蒼天),
동북(東北)은 변천(變天), 북방(北方)은 현천(玄天), 서북(西北)은 유천(幽天), 서방(西方)은 호천(皓天), 서남(西南)은
주천(朱天), 남방(南方)은 염천(炎天), 동남(東南)은 양천(陽天)이라 한다. 『열자(列子)』에는 기(杞)나라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몸을 의지할 곳이 없다하여 식음을 전폐하였다. 이를 보고 하늘을 아는 사람이 하늘은 다만 기가 쌓여있는 것뿐이다. 기가
또한 없는 곳이 없다. 어찌 하늘이 무너지겠는가! 『백호통(白虎通)』에는 하늘은 사람 몸과 같다. 높은 곳에 있으면서 그 아래를
다스린다. 『촉지(蜀志)』에는 오나라 장온래(張溫來)라는 사람이 하늘은 머리가 있는가? 있지. 어느 방향에 있는가? 서쪽 방향에
있지. 하늘은 귀가 있는가? 하늘은 높은 것에 있으면서 낮은 곳의 소리를 듣지. 하늘은 발이 있는가? 있다 하였다. 『부(賦-詩의
여섯 가지 형태가운데 두 번째 형태의 것)』에는 하늘은 최상의 신과 같다. 한 마디로 하늘이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의
몸(실체)으로 말하면 양의(兩儀), 작용으로 말하면 건(乾), 기(氣)로 말하면 양(陽), 성질(性質)로 말하면 강(剛), 색으로
말하면 현(玄), 이름으로 말하면 하늘(天)이다.
이러한 하늘의 개념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 실체는 양기(陽氣)의 집적체이고,
2), 기(氣)는 맑은 기(氣)이며, 3), 작용은 만물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4), 하늘의 성질은 강하다. 절대 불변하는 건건(健健)성질이다.
5), 색은 아득하여 푸르게 보이기는 하지만 푸른색은 아니다.
그림에서 하늘을 그릴 때 위에서 말한 개념들의 어느 의취를 선택하여 그릴 것인가? 이러한
시각에서 재론하면 하늘은 1), 절대 불변의 이치가 있다. 예를 들면 구름이 끼어 하늘이 안 보인다고 그 푸르른 하늘이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어떤 현상이 일어나도 그 자체는 불변한다. 2), 맑고 밝은 기운이 있다. 3), 모든 사물이 생기게 하는 작용이 있다.
4), 무수한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 있다. 5), 시간과 함께 끊임없는 모든 변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을
그릴 때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촬영할 때 인화지에 인화된 그런 하늘이 아니라 이러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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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아취(雅趣)
아담(雅淡)한 취미나 정취(情趣)로서 이 “아취(雅趣)”는 동양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기도 하다. 물론 칸트(Kant,
1724~1804, 독일 관념론 철학의 시조)도 “우아미(優雅美)”를 말하였지만, 칸트는 태산을 삼킬 듯 밀려오는 파도를 안전한
곳에서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으로서 웅장하고 장엄한 미를 우아미라 한다 하였다. 우선 『강엄수신부(江淹修心賦 )』에 자연의 아취로
인간의 황당하고 비겁한 정서를 보호한다는 아취(雅趣)의 ‘아(雅)’의 의미를 보면, 『논어(論語)』에 바른 것(正), 『화엄경(華嚴經)』에
한가하고 고운 모양(儀), 『후한서(後漢書)』에 미(美), 『문선(文選)』에 한가로운 아름다움, 『삼국지(三國志)』에 유속(流俗)과
다른 소박한 아름다움, 『주례(周禮)』에 육시(六詩-風, 賦, 比, 興, 雅, 頌)의 하나라고 하였다. 아인(雅人-심기가 고상한
사람), 아재(雅才-속인과 다른 고상한 재능), 아녀(雅女-아름다운 여인), 아류(雅流-고상한 풍격이 있는 예술품이나 선비), 아량(雅量-마음
씀씀이가 넓고 큰 것), 등의 말과 함께 다양한 아름다운 언어와 행동이나 그러한 사물과 사건들을 말할 때 쓰인 말이다. “아취(雅趣)”는
결국 이러한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 취향으로 인격 특히 여성들의 인격에서 풍기는 매력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어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이러한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하여 신사임당과 같이 서화예술을 통하여 몸과 마음을 연마하기도 하였으며, 아악(雅樂)을 익히기도 하였다. 제후들의
아악(雅樂)을 ‘소아(小雅)’ 천자의 아악을 대아(大雅)라는 말 외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전용어로서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1). 우아(優雅)
『북사(北史)』에 우수하고 양호한 재사나 그의 학문과 예술 또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우수한 아름다움(優美)으로 예를 들면 꽃과 열매의
아름다움이나 노래나 춤 등이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을 때 우미 혹은 우아미 라 말한다 하였다. 그러나 “아정(雅靜)” 즉 그러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수할 때 반드시 ‘바르게’, ‘고요히’ 감응하는 수용태도까지 포함되어 있다. |
2).
단아(端雅)
『진서(晉書)』에 단정하고 온아(溫雅)한 아름다움, 『송서(宋書)』에 성격이 바르고 부지런하며 박학다식한 풍운(風韻)을 지닌 아름다움이라
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단정하고 정숙한 아름다움을 말한다.
3).전아(典雅)
『문선(文選)』에 언어행동이 근거가 있으며 비겁하거나 상스럽지 않는 것 , 『문심조룡(文心雕龍)』에 언어행동이 맑고 아름다운
것이라 하였다. 여기서 말한 언어행동이란 표현행위로서 예술작품을 말한다. 예를 들면 문장에 있어서 표현된 말들이 비겁하고 상스럽지
않으며, 사필청삭(辭必淸金樂)으로 문장구성과 응용한 단어들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그림으로 말하면 표현과 묘사의 절묘한 조화와
묘사의 능숙(能熟)으로 인한 아름다움의 극치에 이르도록 하는 전법(典法)적인 작품의 풍격을 말한다.
“전(典)”은 삼분오전팔색구구(三墳五典八索九丘)의 ‘전(典)’을 의미한 것으로 즉, 삼분(三墳)은 신농(神農), 복희(伏羲),
황제(黃帝)의 서(書)를 말하고, 오전(五典)은 소호(少昊), 전욱(?頊), 고신(高辛, 당뇨(唐堯), 우순(虞舜)의 서(書)를
말하며, 팔색(八索)은 팔괘설(八掛說)로서 팔왕의 치국법을 말하고, 구구(九丘)는 구주(九州)의 망국(亡國)을 경계하는 서(書)이다.
“전(典)”은 『이아(爾雅)』에 상법(常法), 『국어(國語)』에 예의, 의식(儀式)이라 하였다. 오전(五典)은 물론 이것은 모두
천지인(天地人)의 예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서(法書)이다. 예술작품에서 전아하다는 것은 사람들의 심성을 바르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다스릴 수 있는) 전법(典法)과 같은 아취를 가진 작품이다는 것이다.
4). 청아(淸雅)
“청아(淸雅)”의 ‘청(淸)’은『삼국지(三國志)』에 성정이 곧고 밝으며 세속적인 것에 구속당하지 않는 것으로 풍운(風韻)은 고매(高邁)하고
담논(談論)은 맑고 투명한 것을 말한다 하였다.
“청(淸)”은 『서경(書經)』에 욕심에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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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에 청결하다, 『산해경(山海經)』에 신선하다, 『순자(荀子)』에
마음이 비어있고 순백(純白)하다 하였다. 예술작품에 이러한 맑고 투명한 풍운(風韻)이 표현되었을 때 청아(淸雅)라 한다
5). 준아(俊雅)
“준아(俊雅)”의 ‘준(俊)’은 『설문(說文)』에 재주와 지혜가 천 명의 것을 합한 것보다 뛰어난 것, 또는 재덕(才德)이 천 명의
것보다 뛰어난 것, 『회남자(淮南子)』에 지혜가 만 명의 것보다 뛰어난 것을 영재(英才)라 하고, 백 명을 뛰어넘는 것을 준재(俊才)라
한다, 『북사(北史)』에 만 명의 우수함보다 뛰어난 것, 『대대례(大戴禮)』에 큰 것이라 하였다. 위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준아(俊雅)는
준걸한 기풍을 가진 것으로 준수한 풍아(風雅)를 말한다. 학문과 예술이 정상적인 경지에 도달한 학자나 예술가의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화가는 마땅히 준아(俊雅)한 인격을 가지고 준아(俊雅)한 풍격을 가진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6). 한아(閒雅)
“한아(閒雅)”는 『남사(南史)』에 본성적으로 산수(山水)를 좋아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전원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의 잡념 없는
한가롭고 조용한 모습과 같은 아취(雅趣)를 말한다. 그림에서 느끼는 것으로 한아(閒雅)한 풍격은 고조된 성품도 조용히 가라앉아
편안해 지는 한일(閑逸)의 경지를 말한다.
7).담아(淡雅)
“담아(淡雅)”는 『진서(晉書)』에 맑고 온아한 것이라 하였다. 언어 행동이 흩어짐이 없고 정결할 뿐만 아니라 그 단정함이 맑고
투명하도록 아름다움을 지닌 것을 말한다. 그림에서 담아한 풍격이란 법의 응용이 단아(端雅)하고 그 짜임이 정결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모습을 지니기 위하여 수양을 한다. 예술가들도 이러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하여 구도와 색상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한다.
아취(雅趣)있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아취(雅趣)있는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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