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문화인물에 岐峯 백광홍 선생(1522-1556)이
선정되었다. 백광홍은 조선중기의 이름난 시인으로 시(詩)와 부(賦)에 능하여 그 시대 우리나라 여덟 문인(조선 팔문장) 중 한 사람으로
손꼽혔고, 당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불려졌던 ‘관서별곡’은 그가 지은 가사 작품으로 오늘날 여러 학자들에 의해 그 문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문학사적 관점에서 대단히 큰 가치를 갖는다. 또한 우리나라 기행서경가사의 효시로서 오랜 동안 이어져
불리어 지면서 이후의 가사문학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기봉은 천품이 빼어나 뜻이 높았고 효성과 우애가 지극하여 행동 규범에 빈틈이 없었다. 그는 벼슬보다는 학문에 뜻을 두고 오로지 성리학에만
정신을 쏟았고, 젊은 시절 이미 수많은 서적을 섭렵하였다. 그러나 부모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1549년 28세의 나이로 과장에
나아가 ‘사마양시(司馬兩試)’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인 1552년 홍문관 정자의 벼슬에 오르게 되었으며 이듬해 10월
명종 임금은 영·호남 문신들로 하여금 성균관에서 시문으로 글재주를 겨루게 하였는데 여기에서 기봉은 <동지(冬至)>라는
부(賦)를 써서 장원을 했다. 이 때 명종 임금에게 상으로 하사 받은 ‘선시십권(選詩十券)’은 지금도 기산마을의 종가에 보관되어
전해 오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백광홍이 거명된 것은 두 번이다. 정치적인 일로 거명 된 것이 아니고 두 번 모두 ‘팔문장’의 한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토록 그는 그 시대에 나라에서 이름을 떨쳤던 문장가요 시인이었지만 그의 전기적 기록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그가
생애를 너무 일찍 마감하였고, 이로 인해 그의 자녀 남매를 아우인 옥봉 백광훈이 돌봐야할 정도여서 그의 유고를 일찍이 결집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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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탓이라고 본다. 그러나 다행히 수 차례의 시도와 준비를 거쳐서 1899년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기봉집(岐峯集)’이 전하여,
그의 생애의 일단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시 세계의 편모나마 엿 볼 수 있게 되었다. 기봉의 시 세계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시 형식의 측면에서는 그의 작품 중 칠언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칠언에 능한 시인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칠언고시 11수는 장시를 지향하는 그의 문학적 특징을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9수의 ‘부(賦)’가 전하는데
그가 1553년 성균관에서 있었던 문신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에서 장원한 작품도 <동지>라는 ‘부’였음을 생각할 때 ‘부’에도
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 형식을 보여주는 가운데서도 ‘장시’와 ‘부’라는 형식에 강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해
준다.
앞으로 기봉의 보다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 그의 작품들이 갖는 문학적 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되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