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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김자운-彫刻과 繪畵를 作業하는 力量있는 美術人

이상배-文人畵의 外延과 思惟精神

정현숙-20년의 硏鑽을 통하여 첫 作品展 갖는 雅庭의 執念의 結實

작가 에세이

최 영 란-꽃으로 다가와

2004년 06월호 > 작가 > 이달의 작가 > 정현숙-20년의 硏鑽을 통하여 첫 作品展 갖는 雅庭의 執念의 結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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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정현숙

Jeong, Hyun Sook

서울전 : 2004. 5. 27 ~ 6. 2
백악미술관

영암전 : 2004. 6. 8 ~ 6. 14
영암문화원

20년의 硏鑽을 통하여 첫 作品展 갖는

雅庭의 執念의 結實

한국 문인화는 흉중일기(胸中逸氣)를 그리는 정신주의 예술, 혹은 자기의 마음과 혼을 그리는 사의성(寫意性)이 강한 이미지나 형상의 예술이라고 우리는 감히 자의적인 해석을 해 왔다. 실제 먹과 필선 또는 색채를 통하여 표현되는 몸 짓이나 행위가 최소한의 간결한 언어로 표현되는 고답적이고 순결한 일회성으로 완성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며, 회화와의 차별성을 갖는 연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복적이고 구축적인 덧칠이나 개칠, 혹은 불필요한 덧살은 문인화 작업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다. 또한 문인화의 소재로서의 피사체나 물상, 외연 등은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실존의 의미가 있을뿐 고도의 심상주의만이 작가의 내재류을 통하여 창조적인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란 점에서 문인화의 비교우위론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연꽃 만나고 가는 길> 59 x 47 cm

<청혼> 52.5 x 43 cm

<반갑구나, 네가> 64 x 48 cm

<그대, 내 벗일세> 60 x 46 cm

<회상> 50 x 69 cm

20년만에 첫 작품전을 갖는 아정 정현숙은 자의반 타의반, 주위의 동료나 선후배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작품발표의 결심을 굳히게 됐다는 주변 화우들의 뒷이야기다. 작가의식이 극명하면서도 너무나 진솔하고 때묻지 않은 화가가 아닌가 싶다. 한 해가 멀다 하고 서둘러 작품전을 갖는 요즘의 세시풍속과는 너무나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문장의 형식에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듯이 회화나 창작행위에도 수, 파, 리(守, 破, 離)의 프로세스가 있다. 첫째는 스승의 것을 배워 지키고, 둘째는 스승에게 배운 모사나 임사를 깨트리고, 셋째는 스승의 문하에서 떠나 홀로 설때 비로서 창작활동의 독립된 주체가 된다는 뜻이다.

아정 정현숙은 스승에게 점,선,획(點,線,劃)으로부터 시작하여 용필용묵, 운필법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연찬을 했으며, 소재와 양식의 섭렵과 진폭 등 매우 깊고 넓은 영역을 탐구했다. 한마디로 특정 소재에 매달리는 매너리즘 작가에 비교하면 비록 첫 발표전이지만 이미 기성화가 못지 않은 중견급의 엘리트의 위치에 가 있다. 문인화의 정신과 기법을 통하여 완성되는 문인화의 회화성과 해학과 풍자

성의 발현은 문인화 완성의 생명력 같은 것이다. 아정의 작품세계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작품마다 다분이 농축되고 있으며 문인화의 핵이요, 중심사상인 용서와 관용과 너그러움, 풍요로움이 화폭에 짙게 녹아있다. 문인화의 특징은 감상자에게 감동과 신명, 희열을 안겨주는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작가는 일응 이러한 충족이 있을때 그 작품은 성공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이번 첫 개인전에 발표하고 있는 아정의 소재와 외연들은 매우 다양하다. 한마디로 작가의 사의에 의한 표현코져 하는 테마만 설정되면무엇이나 표현이 가능한 역량과 잠재력이 있는 화가가 아닌가 싶다. 문인화는 숙련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번득이는 창작정신과 아이디어

<그대 고운 내 사랑> 68 x 137 cm

<생명의 노래> 66 x 52 cm

<침묵의 언어> 55 x 44 cm

에 있는 것이다. 비록 운필이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해학과 기지가 넘칠때 문인화가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때 아정 정현숙은 문인화가로서의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작가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추사의 ‘歲寒圖’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볼때 비록 구도나 콤포지션상의 모순이 있지만 주제나 정신 주의, 사상과 철학은 문인화의 정곡을 찌른 불후의 명품으로 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정의 출품작을 중심으로 대표작품 몇점을 지적하여 설명을 가해보기로 한다. 우선 작품의 명제 <회상> <반갑구나, 네가> <노송도> <그대, 내 벗일세> <월출산 가을> <월출산 여름> <잡힐 듯 말 듯> <첫사랑> <봄나들이> <밀어> <우리는 뭐라해도 형제인걸> <청혼> <평생화락> <조롱박> <작은 연인> <연꽃 만나고 가는 길> <달빛 아래> <만남> 등이다.

<가을햇살> 52 x 44 cm

<회상> - 풍자와 해학, 기지가 넘치는 그림이다. 범선의 돛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나뭇가지에는 두 마리의 새가 대칭으로 앉아 있고, 근경의 푸른 잔디에는 누렁 황소가 눈망울을 크게 뜨고 평화롭게 누어있다. 손주를 데리고 마슬길을 가는 아낙네, 주인을 놓칠세라 따라가는 바둑이 등 모든 형상들이 의인화(擬人化)기법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 경향의 표현주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반갑구나, 네가> - 강변의 수양버들이 흐드러지게 늘어져있고 이름모를 물새들이 목청껏 지져귀고 있다. 화창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희열이 온 누리에 가득하다.

<老松圖> - 외로운 한 그루의 노송이 지면으로 가지를 늘어뜨린채 서 있고 멀리 원경의 상단부에 사찰의 석탑이 죄정하고 있다. 수묵주조의 담채화를 간결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그대 내 벗일세> -푸른 달이 뜬 고즈녁한 밤, 고승이 매화가지에 앉아 있는 팔가조를 보고 이르는 말이다. ‘그대 내 벗일세’ 얼마나 은유적인 말인가. 세상을 달관한 고사(高士)의 한마디가 오 세상을 정화하고 있는 이미지가 발현되고 있다.

<월출산 여름> <원출산 가을> - 작가는 문인산수화를 여러 점을 발표하고 있다. ‘월출산의 여름’은 산의 중턱에 노송 두 그루를 그려놓고 원경에는 산의 능선과 준이 유연하게 흐르고 있다. 그 위에 두 마리의 학이 날고 있다. 얼마나 간결하고 축쇄된 희화(戱畵)한 그림인가. 모든 예술양식에서 문인화가 아니면 표현이 불가능한 특성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을 치는 이의 머리와 재치, 소양이나 지덕(智德)이 없으면 문인화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회사후소(繪事後素)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다.

<平生和樂> 70 x 172 cm

<월출산, 가을> 69 x 50 cm

<잡힐 듯 말듯> - 까만 연잎에 앉은 어미 청개구리가 다른 잎에 앉은 새끼 개구리를 쫓는 해학적인 그림이다. 인간사를 메타포로 비유하는 이 작품은 불과 연잎 몇 개를 가지고 이토록 세상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 문인화가 함축의 미학인 것은 바로 표현과 방법론상의 특징 때문이다.

<첫 사랑> - 원앙의 물오리가 입부리를 근접하면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음양과 상생의 이치를 가르쳐주고 있다.

<밀어> - 널다란 연잎과 연꽃 사에에 유영하는 금붕어의 속삭임. 이들은 사랑의 밀어를 군자와 기개의 상징인 연꽃안에서 만끽하고 있다.

<우리는 뭐라해도 형제인걸> - 검은, 넓은 파초 잎과 붉은 매화꽃이 핀 사이에서 형제간의 정을 나누고 있는 병아리 한쌍, 비록 병아리이지만 윗트와 세상을 풍자한 기지가 넘쳐나고 있다.

<청혼> - 길다랗게 가로 누운 연잎을 사이에 두고 한 마리의 원앙이 상대에게 청혼을 하고 있다. 의인화 기법의 생생한 인간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해학적인 그림이다.

<작은 연인> 60 x 44 cm

<평생화락> - 갈대와 연꽃 사이에서 노니는 기러기는 천생연분이요, 평생화락하고 있다. 수묵담채화로 완성한 이 작품은 이들 물상들의 생태학적인 환경처럼 밀도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조롱박> - 조롱박은 작가의 번득이는 기지와 회화성을 읽을 수 있다. 비정형한 왜곡과 형태미로 완성한 표현주의 양식이 연출되고 있다. 작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이다.

<작은연인> - 작가는 수선과 불노초, 사랑스런 화초들을 ‘작은 연인’들로 의인화하고 있다. 작가의 예리하고 섬세한 필선이 놀랍다. 다양한 기량에서 작가의 저력이 엿보인다.

<연꽃 만나고 가는 길> - 연꽃이 군락하고 있는 연밭에 어해가 노닐고 있다. 마치 연꽃을 만나기 위해 외유를 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상에서 출품작의 일부를 살펴보았다. 작가 아정은 한국미술의 독립된 예술양식으로서의 문인화의 완성에 진력하고 있는 유망주다. 민족예술로의 가장 진솔하면서도 한국성이 농축되고 표출되고 있는 장르요 양식인 한국의 문인화는 세계질서와 합류하고 공존하는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

아정 정현숙은 1963년 전남 영암에서 출생했다. 한국 문인화계의 개척자요, 현대화에 기수적 역할을해온 계정 민이식 문하에서 사승을 했다.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 대한민국문인화전람회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특선 및 입선 5회, 전남도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95년 전국추사서예백일장 대상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고 있다.

<자연> x cm

<여름 향기> 70 x 50 cm

<만남> 70 x 47 cm

주요약력
* 전남 영암 출생
* 계정 민이식 선생 사사
*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 대한민국 문인화전람회 초대작가
* 전라남도 미술대전 추천작가
*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특선 및 입선 5회
* 전라남도 미술대전 우수상 및 입·특선
* 95년 전국 추사서예백일장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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