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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숙 - 샤머니즘 도상 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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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호 > 특별기획 > 미술논단 > 박용숙 - 샤머니즘 도상 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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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 술 I 논 I 단

 

현대구상양식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도상학 강좌 3.

글 : 박용숙 / 미술평론가


 

 

샤머니즘 도상해석학(圖像解釋學)

Park, Yong Sook

 

박용숙(朴容淑)_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동덕미술관 초대관장을 지냈다.


기마전사, 말(馬), 마차
아무르 강 암각화에는 검이나 창을 들고 달리는 기마전사(騎馬戰士)가 있다. 달리는 말을 추상적으로 그린 것은 구름위로 나는 천마의 모습이다. 그 밑에는 표범과 용도 그려져있다. 거대한 뱀(용)과 말이 나란히 그려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용호쟁패도(龍虎爭覇圖)의 도상성과도 통한다. (도판1) 그러니까 용과 범은 도상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준비된 의미소이다. 범은 음과 달의 의미이고 용은 낮과 해의 의미로 두 우주적시간의 축을 이루고 있다. 전적으로 천문학적인 도상으로 우리는 이를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라고 한다.


도판1

 


도판2 울주반주대 암각화 필선복원(부분) 선사시대

좀 더 풀어서 말하면 10은 태양의 발걸음이고 12는 달의 발걸음이다. 두 발걸음이 결합하면 60갑자가 된다. 기마전사가 용과 표범과 함께 암각화에 나타나는 것은 이들 기마전사의 관심이 천문에 쏠려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기마전사의 행차는 울주(蔚州) 반구대에서도 나타난다. (도판2) 반구대에서는 행차의 선두(先頭者)에 고깔모양의 긴 모자와 턱수염을 길게 드리운 인물이 보인다. 그가 유독 홀로 양산(陽傘)을 씀으로써 그가 결사들의 당주(幢主)임을 말해 주고 있다. 양산은 귀인의 전용물이다. 게다가 그 뒤에는 원피형의 긴 장옷을 걸친 여자가 가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크게 그려졌다. 이를 X자 오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바로 뒤에 전통을 멘 전사가 뒤따르고 있는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사의 머리모양은 정수리에만 머리를 남기고 모두 밀어버린 전형적인 흉노전사의 모습이다.
오크라도니코프는 거대하게 보이는 뱀을 서슴없이 용(serpent-dragon)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시베리아의 나나이족은 이를 하늘의 뱀(天蛇)이라고 했고 퉁구스족은 이를 무두르(mudurr)라고 발음했다. 오크라도니코프가 시베리아지역의 문화가 중국문화와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근거의 하나다. 중국은 용을 ‘룽’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고구려 사람들에게도 용은 ‘lung'이 아니고 미리(miri)이며 신라 역시 미시(未尸)라고 했다.1)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김부식이 고구려에 천사(天使)가 있다고 하고 이를 모두루(牟豆婁)라고 했다는 사실이다.2) 모두루는 퉁구스족의 mudurr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천사 모두루의 근거는 어디인가.

 


리그베다경에는 태양신 수리아(Surya)가 황금마차를 몰고 북 천축과 남 천축을 왕래한다고 하고 이들 무리들을 미트라(mithra)라고 부른다고 했다. 무두루는 ‘mithra’ 같은 말이며 서로 어원도 같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mithra’는 ‘중개자’ ‘화해자’ ‘계약자’의 뜻이며 이들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바다의 빛’ ‘태양신’, ‘힘센 숫소’로 불렸다.3) ‘중개자’ ‘화해자’ ‘계약자’는 천사의 이미지이며 ‘힘센 숫소’는 용의 머리, 즉 두 개의 뿔을 가진 소머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 미트라를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라고 한 것이다. 미트라의 발상지는 소그디아나라고도 하고 소아시아라고 주장되기도 한다.4) 고구려의 무두루가 중앙아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은 메디아제국시대에 천사를 가리켜 ‘midora’, ‘mithra’라고 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5)   숫소의 머리를 한 미트라의 모습은 중국 산동성 소운산(素雲山)에 있는 화상석(畵像石)에서 발견된다. 화상석이 보여주는 미트라 행차는 전체가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양새다. (도판3) 마차, 용마들, 간간히 보이는 오리와 그리고 작은 날개를 단 소인(小人)들로 구성된 태양신 수리아의 마차(숫소)는 신화전설이 말하는 용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흥미로운 것은 마차바퀴와 용들은 여러 개의 회오리문양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들의 소속이 회오리(天界)라는 것을 말해 준다. 뱀은 태양신의 정령이고 허물을 벗는 깨달음(解脫)의 기호이다. 이들이 샤먼수도자들이다.
화상석을 글자를 읽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어가면 끝단에 미트라(용)를 마중하는 사람(왕들)이 있고 그 아래에서는 배웅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도판4 중국 산동성 사상현 무씨사당

 

 


도판4 리오트 마차를 타고 수류탄(진천뢰)를 던지는 제우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전5세기

하나의 문장이 오른쪽에서 180도로 꺾이며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새이다. 주목할 것은 미트라의 선두가 소머리로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숫소의 뿔은 자전거의 핸들처럼 되어 그것을 잡은 한 남자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 뒤에는 소머리의 핸들을 잡은 사람의 꽁지와 동시에 숫소의 꼬리를 한꺼번에 잡고 가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바빌로니아의 영웅서사시 <길가메시>에 등장하는 하늘의 숫소와도 다르지 않는 이미지다. 길가메시의 숫소는 무서운 바람과 불을 토하는 무서운 괴력을 지닌 하늘의 숫소이다. 불을 토한다는 비유는 이들이 그리스신화의 제우스(Zeus)처럼 마차를 타고 불단지(thunderbolt)를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판 4) 불단지의 신
화는 인드라신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금강저(金剛杵)로 악의 세력을 무찌른다.



도판5 제사에 쓰이는 차형도기. 경주 계림토 5세기경

금강저가 불단지이다. 미트라가 불을 숭상했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이 불단지를 문두루(文豆婁)비법이라고 하여 폭약의 기원이 샤머니즘과 관련이 깊음을 암시한다.6) 문두루는 muduru를 옮긴 글자가 된다. 다시 미트라의 행차도에서 주목할 것은 유턴하는 오른쪽 용의 허리에서 두 가지 모순개념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용의 허리는 ‘만남’과 ‘헤어짐’이 한 곳에서 겹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만남이 곧 헤어짐이라는 심오한 철학적인 명제가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샤먼신선들의 불로장생의 약인 소마(soma)를 마신다. 화상석 하단의 좌측에서 세 번째가 되는 인물 다음에 뿔잔을 보게 된다. 미트라는 뿔잔에다 혈맹을 맺기 위해 서로의 피를 섞어 마신다. 하나의 용은 신성한 뱀(解脫者)의 피로만 묶이어야 한다. 미트라가 몰고 다니는 마차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경주일대에서 발굴되는 마구나 제사용 차륜토기, 혹은 뿔잔이 말해 준다. (도판 5,6,7) 마구는 도금한 것으로 구슬과 함께 출토되며 차륜에는 술잔이 달려있다. 또 뿔잔은 소뿔모양으로 제사 때 그것에 직접 술을 부어 마신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미트라 천사를 숭상하는 신앙이 불교이전의 한반도에서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오늘의 소아시아 북부에서 꽃피었던 히타이트문명은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들은 천사를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는 천사를 날개 달린 수호신인 ‘카리부(karibu), ’쿠리부(kuribu)‘라고 불렀었다.

 
그 뜻은 ‘중재자’이다. 당시의 예술은 이를 스핑크스(sphinx)나 그리핀(griffin) 혹은 날개 돋친 인신(人神)으로 묘사했는데 사실상 날개의 발상지는 중앙아시아인 셈이다. 이들은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며 뒷날 기독교의 천사이야기가 대부분 이 영향이라고 말한다. 이란의 천사들은 대개 천사장(天使長)에 대응되는 지혜의 주(主) ‘아후라마즈다’를 시중드는 존재들로 나타난다.7) 이를 중국의 <맹자>는 선귀신(善鬼神)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여행하면서 천하를 두루 살피며 사람들에게 복을 준다고 했다.
고구려의 무두루는 검은 망토를 걸친 조의선인들로 구성되었다. 조의는 검은 옷을 가리키는 말로 이는 시베리아 샤먼들이 카프탄(kaftan)이라고 부르는 망토로 화상석이 보여주듯이 사실상 용의 날개를 뜻하는 것이다. 망토에 뱀이나 용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은 이를 말한다. 그러나 ‘조의’라는 말에는 조마사(調馬師)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말을 조련하는 기술자이기도 하고 말을 타는 기술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하나의 조직체가 되면 거대한 용이 되어 하늘(천계)에서 지상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몽고신화에 마신(馬神) 샤르모칸의 이야기가 주목된다. 마신은 모두 아홉이지만 그들이 말을 타고 달릴 때 말은 모두 아흔아홉이나 된다.8)


도판6 차륜토기. 경상남도 출토. 가야시대



도판7 마차의 안장과 장식, 가야시대



도판8 제비를 타고 날으는 말. 중국 섬서성 무위 출토

이 말은 아홉의 마신이 이동할 때 아흔 아홉이나 되는 말이 그들의 다리가 된다는 뜻이다. 99라는 수는 가장 많다는 의미이므로 사실상 마신은 날아다닌다는 의미이다. 중국 섬서성(武威)에서 출토된 하늘을 나는 마상(飛天馬)은 제비의 등을 타고 난다. 마신 샤르모칸의 특징을 요약한 이미지다. (도판8) 경주의 천마총에서 발굴된 말안장에도 하늘을 나는 백마의 이미지가 그려졌는데

  말의 발은 아예 구름처럼 묘사되었다. 미트라의 신앙을 대변한다고 말 할 수 있다. (도판9) 유물에는 미투리를 만든 것도 있다. 짚신이 미투리인 것은 이것이 무두루, 미트라가 지상의 평화와 선을 행하는 수고로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도상에서 부처님의 발자국의 기원과 오리지날 텍스트를 생각해보는 것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도판 10)
미트라를 직설적으로 뱀이라고 기록한 문헌이 있다. 고려시대의 승려인 일연(一然)은 신라48대 경문왕(景文王)이 약관18세에 국선(國仙)이 되었다고 하고 그가 밤에 침상에 들 때면 무수한 뱀들이 모여들어 그의 가슴을 덮었다고 했다. 신라의 국선은 6세기 때 창설한 화랑도의 당주(幢主)를 말하는 것으로 미트라와 대응되는 비밀결사조직이다. 따라서 무수한 뱀이란 당연히 비밀결사의 우두머리를 지키는 낭도( 花郞)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낭도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도 그 정황을 엿볼 수 있다. 프레이저는 이렇게 기록했다.


도판9 날으는 백마. 경주천마총

 

1, 숲으로 밀폐된 성스러운 이 나라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지성소(至聖所)가 있다.
2, 지성소에는 신들의 정령(精靈)이 깃든 나무가 있으며 그 나무의 정령들이 지상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3, 그러기 때문에 그곳에서 불을 숭상하는 젊은이들은 태양신인 사제(司祭)와 함께 그 나무를 사수하고 있다.
4, 숲속에는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여신들이 있다. 이 여신들은 해마다 축제 때가 되면 그곳 젊은 남자들과 동침하기도 한다.9)

이 기록의 핵심은 숲으로 밀폐된 ‘지성소’와 신들의 정령이 깃들어 있는 ‘나무’에 있다. 이 말들의 의미가 정확하게 해석되어야 이들 젊은이들이 왜 그곳을 지키는 사제와 함께 나무를 사수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연재의 첫 회에서 지성소와 나무가 지구의 황금횡대를 말하는 회오리에 있다는 것과 동시에 나무가 태양신전을 말하는 천문대(부도)라고 암시했다. 이 부분은 다음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도판10 미투리. 국립경주박물관



도판11 청동말. 경남 영천 출토


말(馬)은 용이라는 환상의 동물을 구성하는 신체의 일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사제(太一神)가 천마(天馬)를 내린다고 하고10) 회남자(淮南子)는 말을 얻는 일을 도(道)를 얻는 일이라고 했다.11) 천하의 영웅이 탄생할 때 그가 천마를 받고 조의선인을 거느리는 천사가 된다는 뜻이다. (도판11) 이것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미트라의 길(道)이다. 그렇다면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성소에 있는 나무의 정령(精靈)들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 세계지배의 질서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프레이저는 이미 얘기해 주었다. 몽고의 천마(天馬)의 전설에서도 말은 곧 세계지배의 상징이다. 전설은 모두 아흔 아홉 마리의 천마가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말뚝에 매여 있다고 한다. 말뚝은 샤머니즘시대의 우주목이고 태양신전(부도)이다. 말뚝에 매인 천마는 천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정(精)을 싣고 차례로 지상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되면 그 때마다 새로운 나라가 지상에 하나씩 생겨난다고 했다.이때 바람의 정은 샤먼신선들의 정령을 뜻하는 것이므로 그리스신화의 켄타우로스가 바람의 정(精)을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12)바람은 한자가 ‘風’이라고 썼는데 이 글자는 두 다리사이에 뿔이 돋은 벌레를 가리키고 있다.뿔이 돋은 벌레가 샤먼신선들의 정령을 의미한다.

 


도판12 말모양의 띄고리 , 말밑의 긴고리에도 조개가 2개씩 새겨저 있다.

켈트신화에서도 말과 남성의 생식기는 동일한 것으로 취급된다. 경주에서 발굴된 청동으로 만든 말 의례기구는 안데르손(J,G, Anderson)이 ‘비너스의 조개(Concha Venerea) 라고 이름 했던 자안패(子安貝)를 네 개나 새겨놓고 있다.13) (도판12) J. E. 킬롯은 이를 바다의 불과 빛, 혹은 거품과 바람이라고 했다.14) ‘불과 빛’은 ‘깨달은 자’, ‘신령한자’의 정령을 미화한 개념이다. 그리스의 X자 오리는 아프로디테이고 이 여신은 조개의 거품이란 말에서 파생되었으므로 거품과 바람이 모두 신들의 아이 낳기와 관련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조르주 뒤메질(Georges Dumezil)은 그리스신화의 말 켄타로스와 인도의 간다르바, 이란의 간다르바가 모두 바람의 정이며 그 정액은 지속적으로 지상에 떨어졌다고 했다.15) 이 말은 샤먼신선들과 영웅들의 정령이 미트라에 의해 끊임없이 지상에 심어지고 그때마다 그곳에서 새로운 나라(封國)가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 준다.

판도라의 상자와 고리짝
말이 바람의 정을 싣고 다니는 용이라는 사실은 경주금령총에서 발굴된 기마인물 토기가 말해준다. (도판13) 토기는 본질적으로 제사용기구임으로 그것에 도상성이 표현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토기는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데 높은 코에 고깔모자를 쓴 인물상은 흉노전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흉노가 샤머니즘과 관련이 깊다는 것은 글자에서도 드러난다. ‘匈’은 가슴에 금기(X)시 된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말 엉덩이에 붙어있는 용도불명의 그릇이 그 금기의 그릇이다. 이 그릇이 판도라 상자(Pandora's Box)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Pandora'의 'Pan'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이고 'dora'가 ‘선물’이다. 글자그대로 옮겨 해석하면 모든 올림포스 신들의 씨앗을 담은 선물꾸러미가 된다. 우리의 고리짝도 같은 맥락이다. 고리(籠)는 고구려를 뜻하는 고리( )나 고죽(孤竹)과 같은 뜻으로 혼례 때 신랑이 신부 집으로 보내는 사주단자(四柱單子)함이다.


도판13 기마인물형토기. 높이 23.5cm, 신라시대, 경주시금령총 출토


‘고리’는 그 자체가 상자나 함을 의미하면서 또, 열쇠고리라는 단어에서도 보듯이 ‘묶는다’ ‘봉한다’는 뜻으로 금기된 상자(X-box)를 지칭하고 이것이 X자 오리에게 내리는 비밀선물상자라고 할 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함(函)에는 신들의 종자대신 성스런 아이 낳기의 시간표를 뜻하는 사주궁합(四柱宮合)의 단자가 들어있을 뿐이다. 이는 샤머니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고리짝은 하늘이 내리는 가장 값진 선물상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마인물상이 보여주는 그릇은 광주리, 바구니, 소쿠리 따위의 대나무상자를 의미한다. 그것이 고리라는 것은 고죽(孤竹)이라는 글자가 말한다. ‘孤竹’은 글자그대로 아이를 담는 대나무그릇이다. 일본은 이 아이 넣기 상자를 야나기고리(柳行李)라고 하여 대나무대신 버드나무가지로 함을 만들었음을 말해 준다. 아이를 담는 이 바구니는 안전장치로 겹 구조(二重)가 되어있다.마치 러시아의 민속목각인형처럼 바구니 속에 바구니가 있고 그 바구니 속에 또 바구니가 들어가는 구조이다. 이를 우리는 ‘소쿠리’라고 하는데 이는 속의 고리라는 뜻으로 이중으로 들어가는 바구니를 말한다. 어윈 파놉스키는 판도라상자의 추적에서 그 최후의 바구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는데 실패하여 X파일로 남겨 놓았다.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는 이렇게 썼다.
‘천하의 보물인 고리짝(籠)의 일이 다하여 귀한 조개(賈)가 아무에게나 팔고 사는 천한 것이 되어버렸다’16) 이는 샤머니즘시대에 행해졌던 고리짝에 ‘비너스의 조개’가 들어
  있었음을 말해 주며 그 시대가 다하자 고리짝은 천하게 되었다고 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고리짝이 천하의 보배라고 한 대목이다.
샤머니즘시대에 사용되었던 고리짝은 실제로 낙랑 제9호분에서 발굴되었다. (도판14) 기원전의 물건임에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면 이 물건이 매우 소중한 것으로 취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고리짝의 뚜껑에는 사방 모서리에 인물이 그려져 있다. 모두 열 명씩 배치되어 있는 이 사람들은 어느 쪽에서든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얼굴에 밀착되는 가면을 썼고 배후에는 ‘상산사호(商山四皓)’, ‘고사정자진(高士鄭子眞)’, ‘노자정란(老子丁蘭)과 같은 흉노식 네 글자이름이 씌여 있다. 이들이 샤먼신선들임을 말해 준다. 어윈 파놉스키(Erwin Panofsky)는 판도라상자에 여러 형태의 그릇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고증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물론 기독교 성화에 등장하는 신성한 그릇들인 물병, 항아리, 개합, 주전자 따위가 그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17)
미트라가 고리짝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장면은 산동반도 가상현의 화상석에서 볼 수 있다. (도판15) 화상석의 오른쪽 끝단에 두개의 거대한 하트(복숭아)형 고리짝이 그려져 있다. 고리짝 앞에는 머리를 조아리고 고리짝을 받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상황이 기독교성화에서 보는 수태고지의 장면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라시조 혁거세 탄생설화도 이런 장면을 기록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물(蘿井) 앞에 백마가 울자 촌장들이 몰려가 그곳에 있는 고리짝을 받아 그 속을 열자 빛나는 동자가 나타난다. 화상석을 참고하면 미트라천사들이 기록에서 제외되었음을 알게 된다. 중앙아시아의 구차에서 발견된 고리짝도 정확히 복숭아 모양이다. 이 고리짝에는 뚜껑부분에 실제로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여러 명의 신들이 악대를 앞세우고 행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다시 화상석으로 되돌아와 보자. 용 한 마리가 몸을 꾸부려서 감방을 만들었는데 그 속에는 망치와 끌을 쥔 형리가 죄인에게 위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앞에는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신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여신은 옆구리에 용도불명의 항아리가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항아리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이 엄숙하다는 사실은 하단의 왼쪽 끝단에서 보게 된다. 살생부를 읽는 사람과 이를 집행하기를 다그치며 북을 치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태양신을 대신하여 미트라가 지상의 질서를 부여하는 대공사의 한 장면임을 알 수 있다.

- 다음호에 계속 -



도판14 채색그림이 그려진 고리짝, 낙랑시대
 
도판15 천신들의 하강과 심판. 중국 산동성 무씨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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