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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호 > 특별기획 > 특집 > 한국 현대 조각의 흐름과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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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현대조각의 흐름과 양상

1부 : 2009. 3. 5 - 2010. 2. 21 / 2부 : 2009. 6. 11 - 8. 30 경남도립미술관 야외잔디광장, 1층 전시실 및 로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바라 본 한국조각의 진수

경남도립미술관(관장:박은주)에서 3월 5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는 <한국 현대 조각의 흐름과 양상>展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는 한국 조각의 맥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조각은 회화와 나란히 미술의 한 축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 근대조각은 일본을 경유하여 유럽의 근대조각기법을 수용하여 전개해 나갔는데, 그 중심에는 정관 김복진(井觀 金復鎭;1901∼1940)선생을 시작으로 도쿄미술학교 후배인 윤효중(1915~1967)과 김경승(1915~1992)에 의해서 계승되어졌다. 그 후 구상조각의 정립은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일본서 활동하다 귀국 한 권진규(1922~1973)에 의해서 완성되었으며 그 후 전통조각과는 다른 조각, 즉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상조각이 1970년대 말까지 백문기,김영중,김세중 등에 의해 그 입지를 굳혀 나갔다. 한편 ‘국전(國展)’을 중심으로 철조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함께 추상조각이 활성화되었는데 그 도입과 정착에는 우성 김종영(又誠 金鍾瑛, 1915~1982)이 앞장을 섰으며, 그 이후 ‘한국 여성 조각의 선구자’인 김정숙(1917~1997)이 미국에서 추상양식을 익히고 돌아 온 후 추상조각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 나갔다. 이 후에 전국 각지에 설립된 대학의 미술관련학과에서 조각전공자를 배출하게 되었으며, 그 졸업생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다양한 양식의 실험들이 전개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조각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었으며 대표적인 조각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우리조각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양혜림 편집팀장 -



2부 전시장

1부 _ 2009. 3. 5 ~ 2010. 2. 21
2부 _ 2009. 6. 11 ~ 8. 30
전시장소 1부 _ 경남도립미술관 야외잔디광장 / 2부 _ 1층 1전시실 및 로비

참여작가 (총 46명)
1부(10명) _ 심문섭, 정관모, 김영원, 정무길, 문신, 한인성, 전준, 박충흠 이갑열, 임형준
2부(36명) _ 오종욱, 윤효중, 김수현, 김경승, 이정자, 김영욱, 최종태, 강관욱, 전뢰진, 김종영, 송영수, 박종배, 윤영자, 최기원, 엄태정, 김정숙, 김광우, 최만린, 전국광, 김청정, 박석원, 박일순, 최의순, 최인수, 노재승, 김인겸, 정현, 이종각, 이수홍, 김인경, 신현중, 이용덕, 김영섭, 김정명, 홍순모, 심정수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과 양상

김이순 / 미술평론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과 양상>은 근대조각의 사실재현적인 양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미술장르의 경계가 해체되기 이전인 1980년대까지 약 40년 동안 전개되었던 조각의 양상을 살펴보는 전시다. 작품을 '구상, 추상, 형상'이라는 세 범주로 나누어 구성했는데, 이 세 가지 개념은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로, 광복 이후에 전개되었던 우리나라 조각의 양상을 함축하고 있다.

 
한인성 <사적(史跡)의 氣> 100 x 100 x 240cm 1995


1부 전시 야외장

이번 기획전은 현대조각이라 하더라도 '조각' 이라는 미술장르에 충실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현대조각가들이 어떠한 길을 걸어왔고 이들의 창작 의도는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현대조각의 시작점을 정확하게 설정하기는 어렵다. 회화와 마찬가지로 해방 이후에서 1950년대 사이에 새로운 미술의 유입과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1) 1949년이면 추상적인 조각이 <국전>에 출품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새로운 조각 작품들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이 되어야한다. 해방공간의 혼란과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 작품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 작가의 층이 유난히 얇았던 조각분야에서는,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설립한 미술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되어야 회화와 나란히 한국미술사의 한축을 형성할 수 있었다. 2)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원로조각가들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젊은 조각가들은 자유로운 사고의 틀 속에서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구사하면서 빠르게 현대미술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었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조각 작품을 살펴보면, 양식적으로는 크게 구상적인
  경향과 추상적인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에서 김복진이 전통조각과는 전혀 다른, 순수미술로서 조각을 배우고 돌아온 이후, 한국 근대조각은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조각가들의 절대적인 조형언어가 되었다. 초상조각이든 동상이든 사실적으로 조각된 인체상이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거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6·25전쟁 이후 서구와의 직접적인 교류로 새로운 미술이 유입되었고, 또 전후의 시대적 상황에서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작품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조각가들은 인체를 단순화하거나 왜곡하는 조형언어를 선택하여 다양한 양식의 조각을 전개시켜나갔다. 이후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미술계는 추상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많은 조각가들 역시 다양한 방식의 추상조각을 제작했다. 그러나 추상 일변도의 화단 분위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다시 형상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삶이나 존재에 대해 표현하고자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술가들은 미술 양식이나 장르를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경계를 넘나들면서 젠더, 성(性), 도덕, 윤리 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미술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다.


엄태정 <M W Project> 172 x 60 x 170cm 1972


심눈섭 <OPENING UP> 350 x 68 x 61cm 1979
 
임형준 <소리 - Bruit> 150 x 60 x 270cm 2008


김경승 <여심> 80.5 x 106 x 47cm 1983


문신 <바다꽃> 90 x 160 x 75cm 1991


정관모 <기념비적인 윤모> 180 x 45 x 260cm 1980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선 ‘구상’의 범주 안에 초대된 작가들은 강관욱, 김경승, 오종욱, 윤효중, 이정자, 전뢰진, 최종태 등이다. ‘구상’이라는 용어는 다소 모호하고 느슨한 개념이지만, 형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추상이나 비구상의 상대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작품은 사실적인 경향에서부터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왜곡시킨 경향까지 그 폭이 넓다. 이번 전시에는 인체를 각자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한 작가들의 대표작이 선정되었다. 김경승과 윤효중의 작품에서처럼 일제시대에는 사실재현적인 양식을 구사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인체를 단순화하거나 변형시킨 작품들을 비롯해서, 이정자와 강관욱의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인 재현 그 이상에 의미를 둔 작품들, 그리고 전뢰진처럼 한국적인 표현이나 고유의 정서를 담으려했던 작가들의 작품, 나아가 오종욱과 최종태의 작품처럼 인체를 왜곡하거나 단순화시킨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체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
‘추상’은 자연의 형태보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의 형태에서 본질적인 요소만을 추출(abstract)하거나 실제 사물이 갖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과는 상관없이 작가의 주관적 의지대로 형태와 색채를 창작해낸 경우이다. 추상조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조형언어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후반기에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1960-70년대 미술의 주류를 형성하였는데, 그 표현범위 역시 광범위하다. 우선 한국의 추상은 김정숙이나 김종영의 작품에서처럼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시키는, 소위 ‘반추상’ 방식에서 출발하였고, 1960년대에는 전후의 분위기에서 박종배, 송영수, 최기원의 작품에서처럼 불규칙하고 거칠 질감을 강조한 앵포르멜적인 추상조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1970년대에는 절제된 화면의 모노톤 회화가 유행했듯이 조각에서도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형상의 조각이 등장한다.


박충흠 <무제> 120 x 90 x 320cm 1980



이용덕 <88올림픽> 100 x 127 x 30cm 1986



윤영자 <가을 여심> 50 x 15 x 11cm 1967
 
김수현 <동경> 153 x 35 x 32cm 1980
 
김영섭 <섭-60> 166 x 66 x 20cm 1987


김영욱 <多音> 84 x 54 x 23cm 1986


김종경 <작품 65-7> 80 x 18 x 12cm 1965
 
전뢰진 <소녀의 꿈> 51 x 53 x 26cm 1991


김영원 <중력 무중력> 인체실물 크기 1982

박석원, 엄태정, 최만린 등의 조각에서 이러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60년대에 불규칙한 형상의 작업을 했지만 70년대에는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면서도 조각의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데 관심을 두었다. 한편, 김광우, 노재승, 전국광처럼 돌, 화강암, 브론즈 같은 단단한 재료로 자연 속에 내재된 에너지를 형상화하려는 작가들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이외에도 김영욱, 김인겸, 김청정, 박일순, 윤영자, 이수홍, 이종각, 정현, 최의순, 최인수 같은 한국 현대조각의 대표적인 추상조각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의 수에서 드러나듯이, 한국 현대조각은 추상적인 경향이 강세를 이루고 있지만 1980년대에는 1960-70년대의 추상 일변도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물론 조각에만 해당되는 변화가 아니었으며, 또 우리나라 미술계의 현상만도 아니었다. 1980년대 우리 미술계의 형상으로의 복귀는 분명히 세계 미술흐름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한편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추상미술에 대한 반발의식이 싹텄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로 인체 형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형상조각’은, 이전의 구상조각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실제로 형상조각은 구상조각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구상조각가들은 대부분 조각의 순수 조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내용적으로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의식을 담아내는 데 치중했다면, 80년대의 형상을 지향한 작가들은 개인보다는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 혹은 인간의 삶과 인간의 근원에 관한 문제를 형상을 통해 다루고자 했다.

 


김정명 <손가락-퍼스컴> 34 x 27 x 36cm 1987


전국광 <積A-변이 V> 183 x 69 x 25cm 1978

 

 

최종태 <서있는 여인> 130 x 28 x 28cm 1988


최만린 <胎 77-6-0> 24.5 x 25 x 25cm 1977

 

이러한 내용은 주로 김수현, 김영섭, 김인경, 김정명, 신현중, 심정수, 이용덕, 홍순모 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역시 형상이 있는 작품을 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내용은 다양하다. 1980년대에 형상을 구사한 조각가 수는 실제 추상조각가의 수보다는 적었다. 그럼에도 80년대에 형상의 조형언어를 갖고 활동하는 조각가들은, 추상미술 등장 이후 70년대까지 우리나라 미술계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구상미술에 대한 평가의 불균형을 깨뜨렸으며, 나아가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다원적인 미술이 형성되는 초석을 다졌다.
조각은 회화와 나란히 현대미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조각가의 수가 화가의 수에 비해 적고, 또 조각 전문연구자의 부족으로 회화에 비해 다소 소홀이 다루어진 감이 있다. 이번 경남도립미술관의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과 양상>전은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을 넘어서서 현대조각가의 활동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로, 한국 현대조각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조각가들, 그리고 이 조각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미술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대표 작품들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경남도민들에게 더욱 뜻 깊은 일이다.

 
심정수 <위를 향해 걷는 발> 280 x 82 x 62cm 2008(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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