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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상 철
Aun, Sang Choul
수묵과 오브제
2003. 7. 2 ~ 9. 7
덕수궁미술관 제3, 4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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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단에서 파격적인
작업을 전개시켜 주목을 받았던 작가 고 안상철기획전이 7월 2일부터 9월 7일까지 65일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덕수궁미술관은
매년 한국 근대미술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근대미술가들 중 1인을 선정하여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것은 근대기 중요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해 우리의 근·현대미술사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안상철은 혁신적인 작업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예술가였다. 전통회화에 구도와 재료, 기법 등을 새롭게 시도했을
뿐 아니라 오브제를 부착하기도 하고 하나의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비전통적이고 비회화적인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
돌을 부착하기도 하고, 고목으로 된 입체작품을 제작하였을 뿐 아니라, 누런 종이에 얼룩을 만들어 오래된 질감을 얻는 등 전통회화에서
벗어나 대담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실현했던 독창적인 작업세계는 그 당시 화단에서는 선구적인 것이었고 기성세대에게는 당돌한 것이었으며 본인에게는 외로운 투쟁이었다.
그는 오브제를 통한 입체작품을 실현시켰던 최초의 작가였고 전통회화의 현대화를 위해 매진해왔던 전위적인 작가였다.
그의 끊임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동양의 자연주의적인 정신이다. 여기서의 `자연은 단순한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넘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섭리를 의미한다. 작가는 `자연`의 존재와 필연성을 오랜 세월의 경과로 남은 흔적을 통해 때로는 고목으로
때로는 해묵은 질감으로 그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아호(雅號)인 `연정(然靜)`에서의 `연(然)` 역시 이러한 사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실험정신으로 인해 그의 예술세계는 당시 화단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 안상철 작고 10주기를 맞이하여
수묵을 위주로 한 초기작부터 후기의 오브제 작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의 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그가 근·현대미술사에 남긴 예술적 성과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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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서문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오광수 관장은 "안상철선생은 56년, 57년도 국전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58년의
부통령상, 59년의 대통령상을 잇달아 수상함으로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로 등단하였습니다. 당시 그의 작품은 실경에 바탕 하면서도
고식적인 구도를 탈피, 대담한 전면구도를 구사함으로써 신선한 변모를 시도해 보였습니다, 그의 모색의 작업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평면에서 벗어나 점차 부조와 입체로 이어졌으며 묘사의 세계에서 심오한 관념의 세계로 진전되었습니다. 화면에 돌을 꼴라쥬 하는
일련의 부조 작업을 거쳐 나무등걸이나 돌을 직접적인 매체로 하는 순수한 입체물에 이르면서 그 독자한 세계를 펼쳐 주었습니다.
평면과 입체의 상호 침투니 탈장르니 하는 용어들이 생소하던 당시 그의 이같은 작업은 한국 화단에 충격과 더불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이 지니는 내면은 동양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향한 주도한 깊이의 탐구에 있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업이 아직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더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도 이 저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라고 술회하고 있으며 동양미술사가인 허영환은 그의 작품세계를 평하는 글에서 "필자는 안상철의 작품을
크게 수묵화, 문인화, 입체작품으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晴日> 248x180cm 종이에수묵 1959 호암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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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208x152cm 종이에수묵 1958
가. 수묵화작품
언덕이라는 뜻의 작품 <구(丘)>(지본 수묵담채, 122x191㎝)는 1955년 제4회 국전에서 입선한 작품이다.
인상철이 화가로서의 입신양명이 시작됨을 세상에 알린 최초의 작품이었는데 제당(霽堂)배렴의 산수화법을 많이 따른 대작이었다. 겨울
과수원과 밭의 풍경을 화폭에 가득 대담하게 전개시켰다. 물론 청전 이상범의 초기 작품과도 연결된다고 하겠다.
<구>와 비슷한 화의(畵意)와 구도 및 화법으로 그린 것이 <전(田)>(지본수묵담채, 1956년 제 5회
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 수상)인데 산촌의 계단식 밭을 자연스럽게 일정한 질서와 향토적 정취를 표현하면서 조형한 것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제 6회 국전(1957)에서 문교부장관상을 받은 <정(靜)>(지본수묵담채, 90x180㎝) 역시 대작이면서 고요하고
간명한 작품이었다. 논두렁의 연속적인 곡선미와 구조미를 대담하게 그려냈다. 그의 인내력과 필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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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철의 동양화가로서의 실력은 제7회 국전(1958년)에서 부통령상을 받은 <잔설(殘雪)>(208x152㎝)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음해(1959년) 대통령상을 받은 <청일(晴日)> (248x180㎝)보다 더 뛰어난 명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도 삼청동에서 보았을 전통한옥의 밀집지역을 부감법으로 내려다보면서 그렸을 지붕 위의 잔설은 화면구성(구도)도
대담 특이하고 먹물과 옅은 회색의 담채로 잘 그려냈다. 서른 두살 패기 넘치는 젊은 화가의 역작이라고 하겠다.
<청일>은 차라리 평범한 주제·구도·화법의 작품이라 하겠다. 역시 안상철의 대담성을 볼 수 있었고 장래성을 내다볼
수 있었다.
안상철은 엄청나게 큰 부채그림을 여러폭 남기고 있는데 (수묵화, 문인화, 입체작품등) <산촌c(山村c)>라는 작품도
대작 (250x500㎝, 1972년) 이다. 가을 감과 박이 풍성한 산촌풍경을 수묵담채로 대담하게 그렸다. 밥작한 누런색의 초가지붕,
빨갛게 익은 감, 볏가지 위에 주렁주렁 달린 하얀 박 등이 어울려 산촌 풍경을 평화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경상남도 함안군 산서리
산촌에서 낳고 자라면서 눈에 익도록 본 풍경일 것이다.
나. 문인화 작품
성신여대 미술대 동양화과에서 문인화 과목을 가르친 안상철은
<산촌> 92x75cm 종이에수묵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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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가리개> 128x108cm 종이에수묵 1962
수묵화 작품과 입체 작품보다 문인화 작품을 가장 많이 남기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많은 독서와 교양을 요구하면서 문인화를
가르쳤기 때문에 그의 제자들 가운데는 문인화를 잘 그리는 제자들이 많았다. 그의 문인화에서는 한국화가였던 구룡산인 김용진과 중국화가였던
오창석의 영향을 쉽게 볼 수 있다.
60년대의 <백매(白梅)>, <죽(竹)>, <비파(枇杷)>, <홍송(紅松)>, <국(菊)>,
<수선(水仙)>, <석류>, <복어>, 62년의 <연(蓮)>, <포도>,
<홍매(紅梅)>, 등이 대표적인 문인화 작품이라 하겠다.
제작연대와 서명과 화제가 없는 60년대의 문인화는 거의 다 주제·구도·화법 등에서 오창석의 모방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개별성이 부족한 그림이었다. 수직구도의 작품 아래쪽에 도장(백문방인과 주문방인)만 찍혀 있을 뿐이다.
62년작의 <매월(每月)> 쌍폭(30x13㎝)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아담한 소품인데 달밤의 매화를 순박하고
정결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조형하여 여성성이 넘친다고 하겠다.
62년에 그린 <홍매(紅梅) 가리개>와 63년에 그린 <모란가리개>는 예쁘고 얌전하게 그린 꽃그림인데 안상철
문인화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또 63년의 홍매(紅梅)>(111x348㎝, 8곡 병풍)는 오창석화법에서 벗어난 안상철이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한
매화 그림이라 하겠다. 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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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132x35cm 종이에수묵
1960년대 유족소장 |
<백매> 130x33cm 종이에수묵
1960년대 개인소장 |
<菊> 132x35cm 종이에수묵
1960년대 유족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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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4년의 대작, <화왕도(花王圖) >(수묵채색, 111x397㎝)는 활짝 핀 탐스러운 모란을 그린 것이다. 10곡
병풍인데 안상철은 만년까지 이런 모란그림을 여러 점 더 남겼다.
끝으로 65년 윤천주에갚瀏좋� <홍매(紅梅)>(수묵채색, 120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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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곡 병풍)는 정성과 화기(畵氣)를 다하여 그린 역작이었다. 화폭 가득히 얽히고 설킨 가지와 수백 송이의 붉은 매화가 힘차게
그려져 있다. 영광과 축복을 상징하는 꽃이 만발하여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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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춘(夢夢春)>
242x50cm 종이에 돌,수묵 196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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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靈)-80>
133x115x87cm 고목에 채색 1980 유족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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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靈)-62-2> 40x135x20cm 종이에 돌,채색 1962 국립현대미술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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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입체작품
안상철의 입체작품은 60년대 초부터 90년대 초까지 30년간 계속 되었는데 동양화가로서는 누구보다 앞서 시작하고 끝까지 계속하였다고
하겠다. 그의 입체작품은 종이에 수묵으로 그리고 돌가루를 뿌린 것과 나무와 돌로만 조형한 것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몽몽춘(朦夢春)>으로, 후자는 <영(靈)>으로 대표된다고 하겠다.
흐린 꿈속의 봄이라는 뜻의 <몽몽춘>(242x50㎝, 1961년)은 종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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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과 담채를 써 흐리고 몽롱한 꿈속의 매화나무가지를 그리고 흰색 돌가루를 뿌려 붙인 이색적인, 당시에는 참으로 이색적이고
참신한 작품이었다. 1960년에 국전의 추천작가가 된 안상철이 서른 다섯 살의 나이로 자유롭게 앵포르멜 기법을 차용하여 조형한
입체추상작품이었다. 세로가 2m 42㎝나 되고 연초록과 연분홍색의 바탕에 흰 송이 같은 매화(흰 돌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몽롱한 환상의 세계로 유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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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靈)-90> 39x190x27cm 고목에채색,모터부착 1990 유족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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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56x74cm 왓트만지에 채색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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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夜梅)> 35x30cm 크라프트지에 채색 년도미상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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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화법으로 수묵산수화를 그리고 오창석 화법으로 문인화를 그리던 안상철은 입체주의를 시도하다가 62년 부터는 완전히 나무와
돌만을 가지고 입체작품제작에 몰두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긋고 칠하는 회화 작업을 떠나 고목(古木)으로 만드는 조형작품을 시작한
것이다. 제목도 화(畵)나 도(圖)가 아닌 영(靈)이었다. 그의 남다를 존재론적인 영성(靈性)의 인식이었으며 재현이었다. 그리고
엄숙한 자연미의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경계성을 외면하고 무시한 작업이었다. 안상철은 이 작업을 계속하면서 다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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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우주나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의해 지탱되고 성장하고
번식하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물질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靈인 것이다." 모터를 부착한 <영(靈)-91>을
발표한 안상철은 1992년 성신여대를 정년퇴직하면서 천주교로 입교하였고 다음해인 1993년 3월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 그는 파주군 광탄에 있는 천주교 묘지의 영(靈)의 세계에서 영면하고 있다. 가시적인 조형작업은 끝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성 작업은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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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청소년 시절은 생활고 때문에 악전고투했으며 결혼 후에는
참신한 작품 때문에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그는 생활인이었고 자상한 교육자였기 때문에 과감한 아웃사이더는 꿈꿀 수 없었다. 또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는 여학교의 선생이었기 때문에 안상철의 꿈과 좌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같이
하면서 마주앙을 같이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 작가의 일생과 예술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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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대부분 그 작가를 미화시키거나 과대평가 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러나 연정 안상철이 제시하고자 했던 여러 실험적 탐구들은 아직도 많은 해석이 요구될 만큼 미완의 영역에 놓여있다. 그의
작고 10년만에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 작품들은 다시금 안상철이라는 선구자적 조형실험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 전통회화의 현대성 모색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안상철에게 발아된 한국화에서의 입체운동의 성과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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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A> 160x45cm
크라프트지에 채색 1976 |
<목련B> 160x45cm
크라프트지에 채색 1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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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127x34cm
왓트만지에 채색 1975 개인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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